최근 한국방송(KBS)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KBS가 정말 공영방송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시청료 인상을 위해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입이 닳도록 외치던 KBS의 요즘 행태를 보면 수신료 인상은커녕 오히려 수신료를 거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8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다룰 예정이던 KBS <추척 60분>이 불과 방송 하루 전에 회사에 의해 방송 보류 조치를 당했고, 일주일이 지난 15일에도 방송되지 못해 2주 연속 불방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새노조)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다룰 예정이었던 <추적 60분>의 석연찮은 불방사태가 정부의 직간접적인 외압과 이에 굴복한 KBS 경영진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추적 60분> 불방에 대한 비판이 내부적으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KBS 경영진은 갑자기 지난 7월 총파업에 가담했던 기자 20여 명과 아나운서가 15명 등 새노조 조합원 60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통보했다. KBS가 밝힌 이들의 징계사유는 지난 7월 파업에 참가하면서 방송진행을 하지 않고 공사 위신을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KBS는 지난 7월 새노조 파업 후 파업에 참가했던 일부 TV프로그램 진행자들을 하차시키면서 그 이유로 파업 직전 노조원들에게 미리 밝힌 "방송 진행자가 파업으로 프로그램 진행을 거부할 경우 향후 동일 프로그램에 투입하지 않고 교체한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KBS는 새노조가 파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노조원들을 상대로 파업에 참가하면 프로그램 하차라는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한 셈이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지금 이를 다시 문제삼아 징계를 통보했다. 파업은 법적으로 보장된 정당한 노조활동의 일환이며, 노조원으로서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런데, 이를 이유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고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은 정당한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억압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특히, <추적 60분> 불방사태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발표된 이번 무더기 징계방침이 새노조 조합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영방송의 책무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그리고 사회적 권력 기관들에 대한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영방송은 어떠한 권력기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공정성과 공영성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공영방송이 권력기관의 압력에 영향을 받아 교묘하게 편향적이고 편파적인 방송을 일삼는다면 이는 어떤 형태로든 저지 되어야 한다.
지난 7월 새노조의 파업은 바로 이러한 KBS의 편향적이고 편파적인 방송 형태를 바로 잡기 위한 내부 구성원들의 몸부림이었다. 다시 말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파업을 택했고, 이로 인해 방송 진행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파업으로 인한 방송진행 불참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KBS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경종을 울리기 위한 KBS 내부 구성원들의 표현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공영방송이 편파방송을 일삼는 등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구성원들이 아무 저항도 없이 편향적인 방송에 순응한다면 이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언론은 다른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다른 어떤 기관보다 내부비판 기능이 살아있어야 한다. 특히,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의 경우 시청자 편에서 공정한 방송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조직 내 자체정화를 위한 내부비판 기능 보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내부구성원들의 비판을 문제 삼아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등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공영방송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다른 기관에 비해 청렴성이 더욱 요구되는 공영방송이 내부구성원들의 비판을 억압하려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