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가 끝난 뒤, 사제단의 부탁을 받고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을 설명하러 나온 김영희 변호사는 이 자리가 인디언 플루트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잘살고 있던 인디언들이 다 쫓겨났듯, 이명박 정부도 4대강 사업을 한답시고 자연을 파괴하고 그 땅에 살던 농민들을 쫓아내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인디언 플루트'가 연주된 것은 너무도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 13일,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4대강 반대 월요 미사. ⓒ프레시안(이경희) |
한 달 넘게 진행된 4대강 반대 미사, 여전히 100여 명의 참가자 몰려
13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선 여전히 시국을 걱정하는 촛불들이 모여들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달 8일부터 매일 저녁 '4대강 공사 중단 촉구 전국사제기도회' 미사를 드리기 시작한 후, 지난 6일부터는 월요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 달이 넘었고, 예산안이 통과 됐지만 길거리 미사에는 여전히 100여 명의 참가자가 몰려들었다.
4대강을 반대한다는 손팻말의 글씨와 손에 든 촛불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날 미사는 좀 더 엄숙하고 비장한 기운이 흘렀다. 지난 8일 예산안이 강행 처리되며, 더는 '예산 전액 삭감'이 아닌 '철회'를 외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이날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기존 구호에 더해 '국회는 날치기 예산을 즉각 철회하라'는 바뀐 구호를 외쳤다. '대통령은 형님예산을 즉각 철회하라'는 구호도 추가됐다.
이날은 특히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정진석 추기경과,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국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강론도 지난 10일 발표한 '추기경의 궤변' 성명서를 읽는 것으로 대신했다. 성명서는 추기경이 주교회의 결정을 함부로 왜곡했으며 추기경의 잘못이 주교단의 합의정신과 단체성을 깨뜨렸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사제단은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국회를 비난하며, 김윤옥 여사의 한식예산, 이상득 의원의 형님 예산을 지적했다. 김영희 변호사를 통해 '친수법'도 자세히 소개하며 비판했다.
▲ 함세웅 신부가 기도하고 있다. ⓒ프레시안(이경희) |
"정권퇴진 요구도 불사할 것"
'맞아본 사람만 안다는 여의도 칼바람' 속에서도 꾸준히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이유는 100여 명의 참가자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참석해 주기 때문이다.
사제단이 여는 시국 미사에는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지요하(62) 씨는 멀리 충남 태안에서 발걸음을 했다. 용산 미사도 열심히 참석한 그는 4대강 저지 투쟁을 위해 "돈과 시간을 써가며" 일부러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는 "4대강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면서 "애쓰시는 신부님들에게 고마움을 안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참여하겠다"라고 말했다.
파란 눈의 문애현(요안나) 수녀도 미사에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 53년도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한국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 많다"면서 "4대강은 자연을 보호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자연은 그대로 놔두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사제단은 이날 "정부가 4대강에 왜 애착을 둘까 이해할 수 없다"며 "다른 방법이 없어서 다음 주 부터는 정권퇴진 요구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 통과로 "이미 어쩔 수 없게 된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이들의 4대강 비판은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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