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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소장파, 결국 '대권주자 줄서기'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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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 소장파, 결국 '대권주자 줄서기' 할 것"

소장파 토론회서 쏟아진 쓴소리…"자생력 있느냐"

"미래모임은 완전히 실패했다. 처음 미래모임이 나올 때 두가지 목표를 내걸었는데 가장 중요한 목표는 대리전을 막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단일 후보를 넣어 미래모임이 새로운 한나라당의 주류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국 대리전 양상으로 갔고 현재 후유증으로 남아 있으며, 단일 후보를 냈지만 6등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완전한 실패였다."
  
  한나라당 김명주 의원은 20일 '미래모임'이 주최한 토론회 '전당대회의 평가와 한나라당의 진로'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의미있는 실험을 했으나 실패했고 미래모임의 주체 역량의 부족 탓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외부 발제자에게 허탈한 질문도 했다. "이 미래모임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겠습니까?"
  
  "작전세력을 못 막은 게 작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
  
  한나라당 소장파들은 한때 당 안팎에서 크게 주목 받았던 게 사실이다. 이들이 지난 11일 치러진 전당대회를 앞두고 중도· 개혁그룹의 연대체로 미래모임을 출범시키고 이 모임에 전체 243개 당원협의회 중 114개 운영위원장이 참여하자 당 안팎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것.
  
  토론자로 나선 정치컨설팅 전문업체인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이 정도면 당연히 당 대표를 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는 세였다"며 "왜 미래모임 대표가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선거에 나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미래모임의 대표인 권영세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8명 중의 6등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전당대회는 '도로 민정당'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구시대 인물 일색으로 꾸려졌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답답한 표정들이었다. 미래모임의 단일후보 경쟁에서 권영세 위원과 경합을 벌였던 남경필 의원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미래모임에 '작전세력이 들어왔다'는 주장을 폈다. 일찌감치 강재섭, 이재오 후보들에게 줄을 선 인사들이 모임에 들어와 개혁성향이 강한 남경필 의원 대신 권 의원을 단일후보로 선택하고 나선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미래모임 내에선 그리 달갑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임태희 의원은 "물론 작전세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될 사람이 안 됐다고 보는 것은 너무 허탈한 해석이 아니냐"며 "전략적 투표가 있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임 의원은 "선거 2~3일 전에 후보를 확정하고 내는 것이 아니라 당의 혁신방안과 비전 등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내놨다면 그런 구도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역시 "114명에서 작전세력 빼고 순수 세력이 50명이라고 쳐도 낙선은 설명하기 힘들다"면서 "외부의 원인보다는 미래모임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장중도파라고 부르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미래모임의 정체성이 불분명했던 것이 패인이라는 분석이다. 성 기자는 "언론이 미래모임을 소장 중도파라고 부른 이유를 생각해 보라"면서 "통상 소장은 나이가 젊다는 의미이고 중도는 애매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뚜렷한 대안이나 정책 노선이 없었다는 지적은 박성민 대표에게서도 이어졌다. 그는 "이름은 미래모임이라 해놓고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이런 것을 하자'고 주장하기 보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이런 것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 했다"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미래모임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내세웠어야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우리가 아쉽게 패배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토론자들이 바라보는 미래모임, 나아가 소장파들의 향후 진로 역시 대단히 비관적이었다. 성 기자는 "내년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미래모임의 정치적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라며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중에 줄서기를 하거나 후보 선출할 때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거나 독자 후보를 옹립하는 것인데 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첫 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과 달리 소장파 정치인들은 자생력을 가져야 살아 남을 수 있다"면서 "과연 달라진 정치문화에서 소장파 의원들의 정치적 역량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본래 가던 길 가자"
  
  전당대회용으로 구성된 미래모임은 이날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해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명주 의원은 "수요모임이든 푸른 모임이든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해 반성하고 각자의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각자의 주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찬숙 의원 역시 "미래모임에서 후보를 급조해 낼 때부터 실패는 예견된 것"이라며 "차라리 수요모임과 푸른모임이 그대로 가는 게 옳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계동 의원은 "전당대회 결과를 가지고 미래모임의 존재 여부를 평가해서는 곤란하다"면서 "17대 국회 들어 이런 낮은 단계의 모임이 생기면서 전일적 체제나 수직적 체제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체제로 한걸음 다가선 것은 엄청난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물론 미래모임이 세 불리기에 급급해 소위 '작전세력'을 막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라며 "앞으로는 클로즈드 숍 방식으로 성격을 분명히 하고 정치적 결사의 수준을 한단계 높은 것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래모임이 한나라당의 진로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발전적 해체로 갈지 말지는 추후 논의해 보자"고 말했다.
  
  "한나라당 외부 동인이 없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임태희 의원은 "열린우리당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가 오게끔 하는 힘이 당의 바깥에서 작용하는데 한나라당에는 그런 힘이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당 내부의 실질적 변화가 오게끔 하는 동인은 당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일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열린우리당에는 당이 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강력한 요구를 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오게끔 하는 힘들이 당 밖에서 일어나는 반면 한나라당에는 평론가는 많은데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없다"고 자문자답했다.
  
  이에 대해 이각범 한국정보통신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금배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당 바깥의 지지자들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면서 "외부 세력에 대해 '우리가 하는 일을 선전하는 것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태도가 문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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