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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68] 익숙함의 절대적 공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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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68] 익숙함의 절대적 공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리뷰&프리뷰] 조승우, 그가 돌아왔다!

지킬박사의 이성적 통제 아래 있던 에드워드 하이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가 한 말은 '자유'였다. 정확히 말하면 이 자유는 선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통제로부터의 자유다. 보통 이중자아가 내적, 외적으로 괴물적 속성을 물려받는 것처럼 악으로 명료하게 정의된 하이드는, 예상되는 흉측한 모습으로 예상치 못한 관객 스스로의 위선과 모순을 지적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쇼'만 하는 것이 아니라 19세기의 사회적 경향을 넘어 지금까지도 '척'하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태클을 건다. 그것도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가장 아름답게.

▲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아름다움+스릴러'의 성립조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스스로를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라고 설명한다. 아름다운 비극은 우리를 당혹케 한다. 무대 위 인물들의 절대고통을 담보로 행복과 아름다움을 갖기에 아직 우리들의 의식세계는 너무 선량하고 뻔하다. 잠식되는 한 인간의 비극이 잔인함과 처참함 대신 아름답게 그려지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연민과 이해가 동반되어야만 수월하며, 그 (타락하는)과정이 매력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쾌락에 취한 원작 소설과 달리 아버지의 병과 그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하며 실험의 동기를 부여한다. 이어 인간 삶에 대한 지킬박사의 애정, 고뇌, 열정 등을 관객에게 주입시킨다. 이 감정적, 정서적 연민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의 수식을 완성시키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음악이다. 그 누구하나 해피엔딩의 결말에 참여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이 참상이 시적 아름다움으로 전해질 수 있는 힘은 인물 저마다 갖고 있는 '멜로디'에 있다. 멜로디가 주는 전율은 그들의 말보다 크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슬프도록 아름답고 영롱하게 버티고 있는 사랑이 있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조승우)
이 작품의 대립구도와 그로부터 발생되는 지킬박사의 고뇌를 관객이 온전한 공감의 형태로 받아들이기에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너무나 유명해졌다. 이제 관객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역을 맡은 여러 배우가 선과 악의 극단적 표현을 어떻게, 얼마나 잘 하느냐에 집중하며 비교, 분석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기에 공감은 우리와 함께 지킬박사를 바라보는 입장의 엠마, 루시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하이드는 지킬, 엠마, 루시로 이뤄진 삼각구도 안에 있기도 하고 밖에 있기도 하다. 하이드는 당연히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받기 어려우며 자신도 원하지 않는 듯 보인다. 재밌는 것은 그동안 '순수 악'으로 표현됐던 수많은 인물들과 달리 하이드의 악은 보복성이 짙다는 데 있다. 위선적 귀족들을 타깃으로 한 살인이 반복되고 여기에는 창녀 루시도 포함된다. 하이드는 왜 루시에게 집착하는가. 지킬박사가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실험을 스스로에게 허락한 배경이 루시에게 있다. 약혼식 날 술집에서 루시를 본 후 어떠한 끌림을 느낀 지킬박사는 스스로 실험의 대상이 될 것을 결심한다. 지킬박사는 엠마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의 이중자아 하이드는 루시를 사랑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근원이자 사랑의 대상 루시를 살해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듯 보이던 하이드가 지킬박사의 결혼식에 느닷없이 출현해 파멸을 맞는 것은 매우 비극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어쩌면 당연한 결말이다.

나도 몰랐던 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인간의 위선과 허상, 그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숨은 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가 드러내기 두려워하고 있는 가면 속의 정체가 하이드로 대표돼 무대에 섰을 때 그 이름은 다름 아닌 공포다. 관객은 물론이고 지킬박사 역시 하이드를 저주하는 동시에 두려워한다. 선과 악을 분리하겠다는 위험한 발상, 의도는 선했으나 인간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한 인간의 진지하고도 오만한 실험은 '나도 몰랐던 나'라는 가장 끔찍한 괴물을 불러냈고 덕분에 무대는 시종일관 어둡다. 나와 나, 선과 악이라는 이중적 구조는 귀족과 천민, 위와 아래, 밝음과 어두움 등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층이 된다. 그 층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관객을 조롱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돌아온 '조지킬', 배우 조승우를 통해 강한 생명력을 얻는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김선영, 조승우, 김소현)
조승우를 빼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말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주옥같은 음악들, 탄탄한 드라마의 매력이 있지만 국내에서 이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에 조승우를 간과할 수 없다. 제대 후 다시 무대에 선 그는 마치 자동시스템인 듯 관객의 기립을 유도했다. 그가 표현하는 선과 악은 어느 하나 소외되지 않은 채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말하기도 귀찮은 '지킬앤하이드' 성공담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널리 퍼지고 있는 하이라이트 신들은 해를 바꾸고 장소를 바꿔도 도대체 바래지 않았다. 이번 시즌의 공연이 마지막이라 언급한 바 있는 김선영 루시에 대한 '찬양'은 차라리 침묵보다 못한 언급이 될 만큼 그녀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사랑과 희망, 새 인생을 노래하는 그녀의 환희를 보며 코끝이 찡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것, 이것 또한 김선영의 힘이다. 엠마 역으로 캐스팅돼 마니아들의 쾌재를 이끌어낸 조정은은 우아하면서 세련됐다. 아직 무대의 모든 것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것 같지는 않았으나 이는 그녀가 가진 노련함으로 무리 없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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