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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극단 '신명나게'의 배우 고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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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극단 '신명나게'의 배우 고명희

꿈꾸는 자가 아름다워

꿈꾸는 자가 많아 빛나니 세상은 아름답다. 허나 나이가 먹고 현실에 눈뜨기 시작하면 그 빛은 점점 줄어든다. 내 가슴을 움직이는 건 사회, 정의, 꿈 이런 것이 아니라 자질구레한 현실임을 실감한다. 소소함보다는 특수함을 바라고,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찾는다. 소외받은 현실보다 이상적인 미래를 본다. 말로는 실컷 떠들 수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인생이리라.

▲ ⓒNewstage

극단 '신명나게'는 꿈을 꾼다. 세상을 향해 함께 꿈을 꾸면 꿈이 현실로 변한다고 굳게 믿는다. 소유보다는 나눔을 생각하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되 오늘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싶다는 극단의 방향성 그대로 살려고 애쓴다. 극단 '신명나게'는 지난 2008년 창작 뮤지컬 '현정아 사랑해'를 통해 장애인의 사랑이야기를 그리며 수화로 진행해 청각 장애인들도 작품을 볼 수 있게 했다. 이 작품은 적은 예산과 작은 무대로 시작했지만 흥행과 작품성에서 인정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년 전, 극단 '신명나게'는 대학로를 떠났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극단 '신명나게'의 배우 고명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꿈꾸는대로 살자

▲ ⓒNewstage
극단 '신명나게'의 배우 고명희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영어영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연극하며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연극을 업으로 살 수는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특정한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내가 옆에 있어'라고 말해주는 모든 이의 엄마가 되고 싶었거든요.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연극을 보러 온다고 생각해보세요. 무대 위 배우와 손을 잡고 온 엄마 중에 그 아이를 외롭지 않게 해주는 사람은 무대 위 배우가 아니잖아요. 배우는 누군가를 외롭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포기할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그녀의 마음을 계속 쫓아다녔다. 대학 졸업반에 진로를 고민하면서도 그녀는 연극을 놓을 수 없었다. "예술적 인간형은 결코 아니에요. 하지만 연극은 사람이 같이 하는 예술이라는 것이 계속 끌렸어요. 연극은 제게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고 알지 못했던 사회의 면들을 알게 해준 매개체였으니까요."

그러던 중 보게 된 기사 하나는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현재 극단 '신명나게'의 유영길 연출이 노숙인들의 이야기로 연극을 올린다는 인터뷰 내용의 기사였다. "인터뷰를 보면서 저 사람과 함께라면 내가 생각하는 꿈을 꾸면서 연극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길로 유영길 연출님을 찾아가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죠."

-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 ⓒNewstage
'매너리즘에 빠졌다'라는 말이 있다. 사전은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극단 '신명나게'는 매너리즘을 경계했다. 대학로에서 뮤지컬 '현정아 사랑해' 등의 작품을 올리면서 다시금 극단의 방향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공연을 통해 작은 것의 아름다움, 작은 것의 혁명성을 이야기 하고자 했던 그들의 마음을 서로 나누며 삶과 연극이 다르지 않기를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대학로는 공연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죠. 하지만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 빙산의 일부에요. 공연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돈 문제를 이야기하며 모두 걱정해주셨죠. 하지만 내 앞에 내가 만나고 싶었던 관객이 있고 그들에게 연극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했어요. 보잘 것 없지만 푸른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모험이었다. 그들은 어린이극 '호랑이 오빠(언니) 얼쑤!'와 악극 '은애 아씨 환장하겄네', 연극 '동네 아줌마와 춤을' 등 공연 레퍼토리를 만들어 전국을 돌기 시작했다. 축제, 문예회관, 임대아파트, 유치원 등이 그들의 주 무대가 됐다. "삼척에 갔을 때는 시내에 저희 극단이 온다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는 거에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또 임대아파트의 아이들은 신나서 저희 곁을 떠나지 않아요. 어르신들은 3시간 전부터 나와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시죠. 정말 관객이 얼마나 소중한지 저절로 느끼게 돼요. 전국을 돌면서 공연할 때면 관객과 배우 서로가 서로를 감싸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극단마다 방향성과 목표가 다르다. 그 어떤 모습도 틀리지 않고 다를 뿐이다. 극단 '신명나게'는 '작은 것'을 강조한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꿈꾸는 그들이 사는 실제 현실 속 삶도 작다. 그들도 방황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혹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극단 '신명나게'는 "우리가 적게 가졌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행복, 작은 것들을 나누며 얻는 행복을 다른 사람들은 모를거에요"라고 전한다. 극단 '신명나게'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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