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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놀라셨어요. 저한테 그런 면이 있었나 하시는 분들이 계셨죠. 실제 감성은 '개콘'보다는 이쪽에 많이 치우쳐져있어요. 개그맨들을 가수나 배우들보다 가볍게 보시는 경향이 있는데 절 굉장히 진지하게 봐주시더라고요."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개그맨들을 향해 만들어진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기 때문이라고. '나를 표현한다'는 아주 사소하지만, 살아있음에 결정적일정도로 중요한 이 명제를 임혁필은 충실하게 지켜나가고 있었다.
- 예술과 현실은 한 점에서 만난다
대학로에서 작품하기 어렵다.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 쓰려면 돈이 들기 때문이다. 임혁필은 연출을 시작하면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연출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 중 첫 번째는 돈인 것 같아요. 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했더니 그 기자님도 굉장히 공감하시더라고요. 무대에 서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멋진 무대를 만들어 주려면 장비가 필요해요. 장비가 곧 돈이죠. 버블머신, 마술도구, 레이저 등 만만치 않아요. 상상력과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건 돈이에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못할 때가 많죠"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술이 좋아 서양화과에 진학했지만 현재 졸업한 동기들 중 대부분은 시집을 가거나 전공과 상관없이 직장에 취직해 밥벌이를 하고 있다. '예술은 돈 있는 집 자식들이나 하라'며 세상은 자꾸만 우리를 현실 속으로 밀어 넣기 일쑤. "많은 분들이 이제 개그 안하냐고 물어보세요.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그림도 유머러스한 면이 많고 연출 역시 그래요. 브릿지 형식의 공개코미디에 익숙하신 분들은 제가 개그를 그만뒀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표현방식이 달라진 것일 뿐 저는 여전히 개그를 하고 있어요. 그림은 취미로 시작한 게 아니라 제 전공이었고, 작업 역시 경계선에 갇히지 않고 구분 없이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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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 '웃찻사'가 폐지됐다. 7년 8개월만의 일이다. 시청률 저조라는 이유로 개그맨들은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사실 임혁필은 '개그콘서트' 출연 당시 비슷한 고민을 했다. "제가 앞으로 '개콘'을 얼마나 더 오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가요프로그램 같은 경우 '김정은의 초콜릿'이나 '유희열의 스케치북'부터 '가요무대'까지 다양하면서 개그프로그램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 '개콘'만 봐요. 나이를 먹었어도 젊은 친구들이 나를 받아들여 줄 수 있을까. 현실이 그런 이상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내년이면 마흔인데 연출도 해보고 공연기획자도 해보자. 그러다가 유명해지면 좋은 거고. 그런 생각에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시청률 저조에 따른 개그 프로그램 폐지에 대해서도 그는 입을 열었다.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요. 그리고 공채로 개그맨들도 뽑고요. 그러다가 시청률 떨어지고 잘 안 나오면 그냥 프로그램 폐지하는 거죠. 그 친구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거예요. 출연료가 쎈 것도 아니고..."
그가 '멀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후배들 때문이기도 했다. "저는 그림을 그릴 줄 알았기 때문에 그 재능을 극대화시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를 보면서 후배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개그맨은 가볍고 우습고 진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싶죠. 그런 선입견들을 깨고 싶어서 책도 출판하고, 그림도 그리고 연출도 하는 거예요."
그는 퍼포먼스쇼 'FUNTASY(펀타지)'를 남녀노소, 외국인까지 불문하고 모두가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키우는 것이 꿈이다. 대사를 없애고 매직쇼, 스윙댄스, 의상체인지쇼, 코믹쇼, 버블쇼, 샌드 애니매이션 등으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특히 샌드 애니매이션은 임혁필이 직접 시연한다. "미흡한 점이 많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여서 그런지 부족한 부분 보다는 잘하는 부분을 크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누구나 볼 수 있는 쇼라는 목표대로 정말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분들이 찾아주세요. 라스베가스에서 오신 외국인 두 분이 '라스베가스 미니쇼'라고 칭찬 해주신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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