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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66] 연극 '아침드라마', 그것은 당신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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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66] 연극 '아침드라마', 그것은 당신의 드라마

[공연리뷰&프리뷰] 박근형 연출(극단 골목길)의 아, 우울한 유머!

경제적 부와 상관없이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며 이상적이라 판단되는 가정의 모습 따위 내 주변에서 찾기란 쉽지 않으며 박근형의 작품에서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늘 부재했던 것처럼 여겨지는 튼튼한 기둥으로서의 아버지 대신 폭력적이거나 무능력한 가장의 등장은 곧 터전의 흔들림을 의미한다. 단순한 붕괴나 부정이 아니다. 그 중심을 흔들어놓음으로써 익숙하나 전혀 낯선 세계의 공간으로서의 집(일상의 공간)이 지어진다. 이번에는 혼란스러운 아버지다. 그가 문제인건지 세상자체가 멀쩡한 인간 주위를 뱅뱅 돌며 일그러져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건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오늘의 아버지'는 알 수 없는 것투성인 기억의 세계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삶의 단면을 무대에 올렸지만 수긍 가능한 평균과 한참 멀어져있는 연극의 상황들은 그러나 과장이 없다. 평균치에서의 높고 낮음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지점은 모르겠으나 상식 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으면서도 상식을 배반하는 박근형의 연극 '아침드라마'는 어머니들의 아침드라마처럼 익숙하고도 낯설다. 핵심은 낯설다가 아닌, '익숙하다'는 데 있다.

▲ ⓒnewstage

연극에는 세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부모를 죽인 괴물을 찾아가 복수했으나 결국 죽은 괴물어미의 울음을 체험하므로 해소가 아닌 비극의 반복만이 남게 된 첫 번째 이야기는 배우의 입으로, 백화점 사장아들과 결혼해 눈 세 개 달린 아이를 낳은 후 불륜에 빠진 여자, 그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가던 중 쓰레기 청소차에 치어 죽게 된 남편의 두 번째 이야기는 설명과 함께 막간극으로 선보인다. 연극의 '본문'이라 할 수 있는 세 번째 상황은 이전의 이야기에서 보였던 상징과 포장이 없다. 오징어와 소주를 사이에 두고 앉은 두 친구의 술안주는 사람만을 태우는 연쇄방화범과 사람을 치는 쓰레기 청소차다. 다양한 사고에 이어 어머니의 병세, 상계동이냐 상암동이냐의 사실 확인, 돌아가신 교장선생님, 아들의 청첩장까지 주고받았는데 알고 보니 서로 모르는 사람이다.

좀 황당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에서 위와 같은 일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상상보다 앞서가는 현실과 매일 씨름하는 우리에게 그까짓 일이야 별일이네, 웃으면 전부. 그러나 연극은 이 모호한 기억들을 반복 충돌시키며 '확실한 것은 불확실하다는 것'이 전부인 공간으로 미련 없이 바꿔버린다. 살아있는 어머니는 2년 전에 방화범에 의해 죽었고 40년 전에 죽었다고 믿었던 아버지는 떡하니 살아 무릎고통을 호소하는데, 빌려준 돈 받으러 찾아간 죽은 교장의 딸은 오히려 돈을 내놓으라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관객은 당황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활에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수준은 딱 거기, 모르는 사람과 합의된 착각 아래 아는 체 하는 수위까지다.

▲ ⓒnewstage
이 작품에 반복 개입되는 것은 방화범의 불과 습관성 뺑소니(?) 쓰레기차다. 누군가 끊임없이 불을 내고 사람들이 죽어간다. 현실과 비현실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공간 안에서 교차되며 일상을 뒤튼다. 질서정연하게 나열되지 못하고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종결되지 못하는 삶의 실체에는 무심하면서도 아침뉴스의 사건사고에 열심인 우리들은 결국 뉴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임을 외면한 채 아침드라마로 도피한다.

교장의 불행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너한테도 그런 일이 생길거야'라는 친구의 가벼운 농담식 발언이 결코 빈 말이 아니었으며, 서로 보지 말자 선언하는 모녀를 두고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웃으며 서로에게 힘을 줍니다'라고 설명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 해설자의 멘트는 단순한 유머가 아니다. 아들이 죽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관객은 웃는 동시에 연민을 느낀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금 실컷 웃으며 연민이나 느끼고 앉아있을 때인가. 아버지가 보고도 그 불길의 어마어마함을 알지 못하듯 우리 역시 연극을 관람하면서도 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연극 '아침드라마'는 웃기다. 그 웃음이 한겨울에 얼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듯 날카롭고도 잔인한 이유는 유머의 근거가 인간의 결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옴짝달싹 못하는 남자의 머리 위로 불을 부르는 석유가 뿌려질 때, 그의 아내가 무심하게 말한다. "무심한 내 남편이 죽어가네요." 그리고 다시, 아침이다. 이제 아침드라마를 볼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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