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프레시안>의 취재에 따르면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건강성형평연구센터장,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교 교수, 이진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 교수, 임준 가천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등 6명이 이날 서면을 통해 인권위에 오는 24일 열리는 심포지엄 불참 통보를 했다. 심포지엄 발표자는 10명으로 발표를 거부한 인사가 과반수를 넘는다.
이들이 보이콧한 사회권 심포지엄은 총 3부로 구성되며 현병철 위원장뿐만 아니라 장향주 상임위원, 장주영 비상임위원 등이 사회를 보는 인권위의 중요 포럼이다. 지난 3년 동안 빈곤과 경제적 양극화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으며 이번에는 건강권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쟁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불참 통보 서한을 통해 "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그리고 그 선결과제로서 현병철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진심으로 촉구한다"며 "현재 인권위의 파행적 운영 하에서는 심포지엄 발표를 한다는 게 의미가 없다"고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 현병철 위원장. ⓒ연합뉴스 |
"존망 위기에 처한 인권위 공간에서 사회권을 운운하는 게 무슨 의미있나"
이들은 "이번 심포지엄은 건강권을 둘러싼 주요 이슈들을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기에 관련 분야 연구자로서 이런 소중한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하지만 존망 위기에 처해있는 인권위원회 공간에서 사회권을, 건강권을 운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건강권은 그 어느 영역보다도 다양한 정부 부처의 협조와 정책 조율이 필수적인 분야"라며 "또한 건강권은 통상적인 자유권에 비해 훨씬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국가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사회권의 핵심 권리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권위원회의 모습으로는 적극적인 사회권은커녕, 최소한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조차 옹호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며 "연일 내, 외부의 문제제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저 맡은 발표를 성실히 완수하는 것만이 연구자의 도리는 아닌 것 같다"고 발표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발표를 거부한 김명희 센터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인권위가 불난 집이나 같은 형상인 상황에서 사회권을 논의한다는 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사회권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인권위보다는 다른 자리에서 이를 논의하는 게 더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향의의 표시로 인권상을 거부하려 한다"
인권위 주최 행사에 보이콧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향후 인권위에서 수여하는 모든 인권상을 거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인권상을 받는다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며 "항의의 표시로 인권상을 거부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병철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법학자 124명과 변호사 210명은 선언문을 통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데 이어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도 이날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전 사무총장 및 국장 등이 포함된 전직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18명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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