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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일방적인 해바라기의 사랑, 연극 '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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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일방적인 해바라기의 사랑, 연극 '엄마를 부탁해'

[공연리뷰&프리뷰]<128>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그 이름, 엄마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 나뭇가지를 지탱하고 있는 나무는 늙고 말라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저 깊은 속 뿌리는 뜨거움이 흐른다. 그 뜨거움을 우리는 모성이라 부른다. 부르면 부를수록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 이름, 엄마. 세상에는 처음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마는 인색해져버린 우리들 앞에서 사랑이라는 가슴으로 보듬어 안아주던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가 사라졌다.

▲ ⓒNewstage

엄마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원작으로 한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려졌다. 이 작품 속 엄마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남편, 자식들에 대한 마음들은 지독히 평범하지 않다. 이러한 모성본능은 엄마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 ⓒNewstage
가족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희생'으로만 귀결되는 엄마의 존재가 익숙할 때쯤 엄마가 사라졌다.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엄마에 대한 사랑, 그리움, 빈자리는 배가 된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고 외치는 장녀의 말로 극의 시작을 알린다. 실종된 엄마를 찾는 딸, 아들, 남편의 기억을 통해 무심코 지나쳐버린 엄마의 인생과 사랑을 추리소설 기법으로 하나씩 복원해가며 가족들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소설에서 엄마의 감정에 대해 모호하게 처리된 부분이 직접적 소통을 우선시하는 연극무대에서는 선명하게 표현됐다. 소설을 압축해 풀어놓은 연극에 전부를 담을 수 없었지만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와 표현력을 통해 관객에게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다.

이 작품에 빠져드는 순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에 대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흰색 도화지 위에 뿌려졌다. 이 광경은 이기적인 이유로 엄마를 필요로 했던 자신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극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 익숙한 엄마라는 존재보다 인간 그 자체, 엄마가 되기 이전의 본 모습을 드러내며 인간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극 중 엄마가 "나도 늘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했어요"라고 말하는 대사를 통해 엄마를 그리워하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시집와 한 평생을 남편과 자식을 바라보기만 했던 엄마는 자신의 인생이 아닌, 남편과 자식의 인생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거울과 같은 인생으로 비춰진다. 살아가다보면 의지할 곳 없고, 마음 아픈 일이 허다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 더욱 슬픈 것이 바로 엄마의 인생이다.

초연 때와 달리 무대가 변했다. 훨씬 넓어진 객석 덕분에, 무대 장치나 무대 전환 등이 사라졌다. 오로지 장소의 변화, 시간의 경과는 무대 전환이 아닌 조명으로 대신했다. 단순한 무대임에도 엄마를 역을 맡은 배우 손숙의 연기는 공연장을 포근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또한 큰 딸의 내레이션은 이따금씩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으며 엄마의 이야기,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의 후회가 더욱 부각돼 보여줬다. 휴식 없이 진행됐지만, 바로 우리 엄마의 이야기이기에 많은 관객들은 마음을 저리며 극에 빠져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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