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Sonata for Piano and Cello 전곡 연주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맞는 시간이다. 첼리스트 이재은은 "베토벤 소나타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라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에요. 너무나 대곡이고, 인생의 목표 중 하나에 도전하는 기분이에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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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구성은 베토벤의 초기작품인 1번 소나타와 후기작품인 4번, 5번으로 이뤄졌다. 베토벤의 작곡 스타일이 첼로와 피아노가 조화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감상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관전포인트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시대만 하더라도 첼로를 음악의 구성안에 베이스라인이나 주제의 분담 정도로만 쓰여 왔어요. 이 작품은 첼로를 피아노와 함께 대등하게 풀어가는 독주악기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죠."
베토벤의 소나타는 놀라우리만큼 첼로와 피아노 사이의 밸런스가 균형적이다. 첼로의 음역을 확대하고 특성을 살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제공하기도 했다.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뉘는 베토벤의 작곡 시기에 따라 그가 시간이 지나면서 소나타 안에서 느린 악장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번 공연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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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두 소나타는 1악장 앞부분을 서주처럼 썼고, 중기 작품인 OP.69에서는 3악장의 도입부분에 안단테와 아다지오를 배치했어요. 후기인 4번 역시 단일 악장 안에 마찬가지로 안단테와 아다지오를 사용했고요. 마지막 5번에서는 2악장에 느린 악장을 배치시켰습니다."
음악가로서 베토벤 소나타는 그녀가 힘이 들 때 다시 한 번 일어설 용기를 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소나타를 연습하고 연구하면서 깊은 침체에 빠지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 4번 소나타 첫 부분에 박혀있던 'teneramente'라는 단어가 기적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애정을 가지고'라는 뜻의 이 단어를 보는 순간 '아,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바로 이 것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겨워하고 지쳐있던 제게 힘을 주었죠. 한발 한발 다가서는 곡의 오프닝처럼 제가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하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일에 기뻐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재은은 이번 연주회를 위해 특별히 베토벤 소나타의 원본 악보를 구해 최대한 작곡가가 표현하려고 했던 그 느낌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른 사람의 해석이 가미되지 않은 악보로 베토벤의 의도를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싶어요." 연주자는 언제나 관객들에게 작곡가의 감정과 정서를 대신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 이재은은 이번 무대에서 베토벤이 소나타를 작곡할 당시 의도와 느낌에 충실해 연주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첼로뿐 아니라 피아노와의 협연으로 진행된다. 피아노는 그녀가 블루밍턴(인디애나) 유학시절 함께 했던 피아니스트 김세희가 맡았다. 이재은은 그녀와의 호흡에 대해 인디아나 음대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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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유학생활을 돌이켜보면 블루밍턴에서 공부했던 기억이 대부분이에요. 제 스승이셨던 Starker선생님과 Sebok선생님께 많은 것들을 배웠죠. 두 선생님께서 교내에서 함께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감동 받았던 기억도 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함께 공부했던 시간이 있어서인지 함께 협연하고, 연습하는 시간은 늘 즐거워요."
이재은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아나 음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장학생으로 마쳤다. 그 후 미시간 음대에서 전문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귀국한 뒤 국내외에서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백석대학교 음악학부 강의전담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양성에도 힘을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물었다.
"10월에는 모교인 인디아나 음대 동문음악회가 있어요. 11월엔 서울솔리스트 첼로 앙상블 정기 연주회가 있고요. 1월엔 트리오 나무의 연주가 계획돼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10년 후에 다시 베토벤 전곡 연주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에요. 그 때가 되면 인격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더욱 깊은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 글은 삼호뮤직 10월 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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