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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가져온 또 다른 기회…'자전거 등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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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가져온 또 다른 기회…'자전거 등록제'

시민들이 SNS 서비스 구축해 도난 방지

자전거 이용자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걱정거리가 도난 문제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자전거 이용자의 53%가 도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지만 '장물 거래'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전거 등록제, 자전거 보관대 CCTV 설치 등의 대안이 논의되지만 공회전 중이다. 행정비용이 만만치 않고 실효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22~2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자전거 박람회에 시스템을 출품한 (주)모바이크의 이구창 이사는 "이용자 중심의 자전거 등록제"가 대안이라고 말한다.

차대번호와 휴대전화번호가 만나면

▲ 자전거마다 부여돼 있는 고유의 차대번호. ⓒ프레시안
원리는 간단하다. 자전거마다 '차대번호'라는 고유번호가 부여돼 프레임에 새겨져 있다.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면 이 차대번호를 등록해서 장물 거래를 원천 차단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기 자전거의 차대번호와 휴대전화번호를 등록한 A씨가 자전거를 잃어버렸을 경우 자전거 등록제 시스템에 도난신고를 해둔다. 만약 A씨의 자전거를 훔친 B씨가 C씨에게 자전거를 팔려고 할 때 C씨는 거래 현장에서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으로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차대번호를 확인하면 도난 된 자전거인지 쉽게 알 수 있다. C씨는 경찰에 B씨를 바로 신고해 절도범으로 잡을 수도 있고, A씨에게 연락해 자전거를 찾아 줄 수도 있으며, 장물거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등록제가 활성화 되면 함부로 자전거를 훔칠 수 없다. 팔로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구청이나 시청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자전거 등록제와 원리가 같다. 문제는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자전거 등록제에 시민들이 등록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정관청까지 찾아가서 등록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할뿐더러 행정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그나마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도 서울 양천구, 경남 진해시, 김해시, 제주시 등에 불과해 제도로서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일본, 중국, 네덜란드 등에서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 중이지만 등록률은 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한다.

자전거 등록제가 전국 단일 시스템을 갖추면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장물 거래도 막을 수 있다. 차대번호는 하나이기 때문에 양천구에서 훔친 자전거를 대전에 가서 팔아도 쉽게 원래 주인을 알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차대번호와 소유자 확인을 위해 행정관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덜 수 있다. 등록에 필요한 개인정보도 '차대번호'와 '휴대전화번호' 딱 두 가지로 한정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최소화 했다. 한 마디로 시민(이용자)들이 스스로 자전거 등록제 시스템을 구축해 도난을 막는 것이다.

자전거 등록제가 활성화 되면 지자체나 아파트 단지 등의 골칫거리인 '방치 자전거' 문제도 해결된다. 시스템을 이용해 자전거의 소유주 연락처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이사는 "지자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한 차대번호가 중복으로 등록되는 이용자 간의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이사는 "중복 등록이 되면 일단 '블랙리스트'로 자동 분류된다"며 "이 경우 사진이나 구입 영수증 등 자신의 자전거임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혁명이 불러온 또 다른 가능성
▲ 출시 예정인 자전거 등록제 어플리케이션 화면.

이렇게 간단한 시스템이 왜 지금까지 활성화 되지 않은걸까? 원인도 '모바일'이었고 해답도 '모바일'이었다. (주)모바이크에서는 모바일 SNS 서비스를 기반으로한 자전거 등록제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지만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현장성과 간편성이지만 이동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 시장에 진입장벽을 쳐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스마트폰이 급속히 확산됐고 모바일 시장 진입장벽도 무너졌다.

이구창 이사는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 통신 요금이 너무 비싸서 시스템 이용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제 이동통신사라는 장벽을 넘지 않고서도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시장에 자신들의 시스템을 직접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모바이크는 11월 스마트폰 용 어플리케이션을 내놓고 본격적인 자전거 등록제 확산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기본적인 이용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SNS 서비스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 이 이사는 "자전거 이용자의 50%만 등록을 해도 시스템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공까지는 아직

이에 이 이사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 자전거 등록제에 동참하는 시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방치 자전거'의 예와 같이 지자체와 같은 공공기관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같은 민간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시민들이 구축한 정보를 이용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자전거 등록제를 위해 전자칩(RFID)이나 GPS를 자전거에 부착하는 것도 얘기 되는데,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이라며 "정부가 이 시스템을 활용해 절약되는 예산을 자전거 이용자들이 더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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