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테이지 |
익히 알고 있듯 조나단 라슨은 뮤지컬 '렌트'의 마지막 리허설이 있던 1996년 1월 25일, 36번째 생일을 앞두고 생을 마감했다. 오페라 '라보엠'을 기반으로 했으나 조나단 라슨의 삶이 투영된 뮤지컬 '렌트'는 잘 다듬어진 세련미보다 거칠고 직설적인 야생미를 풍긴다. 뮤지컬 '렌트'에서 마크 역을 맡았던 안소니 랩의 삶 역시 매끈하지 못했다. 가난한 생활, 어머니의 암 투병, 조나단 라슨의 갑작스런 죽음, 커밍아웃 등 또 다른 청춘이 사라지는 별처럼 아련하게 빛을 발하는 뮤지컬 '위드아웃유'는 바로 그 안소니 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삶을 사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고통의 시간을 벗어나는 방법은 통과하는 것"
뮤지컬 '위드아웃유'는 스타벅스에서 시간수당을 받으며 일하던 안소니 랩이 뮤지컬 '렌트'의 오디션을 보며 시작된다. 우리가 안소니 랩이라는 특정 인물의 삶을 목격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것은 그의 실체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다. 거짓을 공식적으로 허락받은, 삶을 가장한 이야기가 아닌 '사실'에 대한 가식 없는 이 파노라마는 기특하게도 도취돼 스스로를 연민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안소니 랩이 입은 낡은 청바지와 남방처럼 바란 듯 보이나 여전히 펄떡이고 있는 과거를 통해 생채기투성인 우리 삶이 그래도 아름답다는 것을 아무런 수식이나 과장 없이 드러낸다. 부자연스럽도록 날것인 그의 이야기가 거부감 대신 공감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게도 시간들을 통과한 실재가 친절한 눈빛으로 우리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놀라울 정도의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를 연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자기 자신을 연기한 그가 괜찮다는 상투적 위로와 가식적 표정 대신 그저 '통과할 수 있다'고 말할 때 우리가 눈물을 흘리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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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속의 산발적 대화보다 일대 일로 마주하고 앉아 상대를 대할 때 마음의 문이 조금 더 쉽게 열리는 것처럼 이 작품은 '그'와 '우리'가 아닌 '그'와 '나'의 공식을 성립시킨다. '그'와 '나'가 만났는데 '그'는 무장해제의 상태로 자신의 축적된 삶을, 그것도 가장 아픈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에 따른 '나'의 태도는 연민과 부담, 둘 중 하나인데 '그'는 절대로 '나'에게 위로의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동정에 따른 일시적 눈물이 아니라 관객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축복하는 것이다. 전기가 끊긴 어두운 방에서 촛불 하나 의지하며 자신을 태울지라도 이 지난한 모험을 아름답게 느끼게 할 피터팬이 아직 살아있다. 그 촛불을 보며 매우 때늦은 'Happy birthday to you'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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