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종부세 과표 9억원, 헌재 판결이 변수"

계속되는 '당정 엇박자' 와중에도 원칙론은 고수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개정안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23일 열렸던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준선 의원이 "종합부동산세 세대별 합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주시해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24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대별 합산 방식'은 한나라당이 과세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을 주장해 온 주요 근거 중 하나. 즉 부부가 각각 3억 원 짜리 집을 갖고 있으면 세대별 합산으로 6억 원이 돼 종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과세 기준을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세대별 합산 방식이 위헌 판정을 받는다면 세율 등은 낮출 수 있더라도 굳이 9억 원을 고수해야 할 근거가 약해진다.
  
  임 의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변수가 있다면 세대별 합산 방식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라며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을 검토 하자는 의견 중에서 헌법재판소 판결과 연결시키는 것은 일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재판소에서 세대별 합산 위헌 판결이 나면 과세 기준을 6억 원으로 다시 조정할 수 있냐는 질문에 "헌재 판결을 염두해 두고 정책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그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입법심의 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기획재정위원회 세법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수석 정책조정위원장은 "종부세가 본격적으로 논의 되는 시기는 빨라야 11월 중순인데 그때 쯤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것"이라며 "정부안이 어찌됐든 중요한 변경이 나오면 합헌이면 합헌인대로 위헌이면 위헌인대로 입법과정에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 연일 엇박자에 언론 보도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원칙론'은 여전히 고수
  
  '종부세를 인하하고 재산세를 올려 세수를 충당할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종부세 과표 기준을 6억원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두 임태희 의장이 부인한 것이다. 정부와 정책위의장단과 의원들 간 의견이 지속적으로 엇갈리는 와중에 임태희 의장은 '원칙론'을 여전히 고수했다. 가급적 정부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과세 기준을 6억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두고 홍준표 원내대표가 "논의 되고 있다"고 한데 대해 임 의장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덧붙여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의견을 낸 차원이지 정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제기한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임 의장은 "6억원 이상 9억원 이하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 중 연소득 4천만 원 이하가 34.8%나 된다. 이 사람들은 연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고 설명하며 과표기준을 9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홍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정무적 판단'에 대해서도 "정무적 판단이라는 게 결국은 여론인데 누누이 말했지만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설득해서 가급적 원칙을 지켜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로 구멍난 세수, 재산세로 막는다?
  
  종부세가 완화되면서 재산세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는 "어제 일부 신문 가판이 그런 내용을 보도했는데 잘못된 정보며 그런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없애고, 세수 부족분을 재산세에서 확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그 근거로 "종부세와 재산세의 과세표준 산정방식을 새로 도입되는 공정시장가액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과표 적용율을 올해 공시가격의 50%로 동결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뒤집는 이야기다. 공정시장가액이 도입되면 주택 재산세는 공시가격의 80%에 해당하는 과표를 적용받게 된다.
  
  임 의장은 "재산세 과세표준을 종부세처럼 공정시장가격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가로 결정되는 재산세의 불합리성을 고쳐 세율을 하향조정하는 원칙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민주당도 같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최경환 수석 정조위장도 "세율을 슬라이딩해서 맞춤으로 재산세 부담이 안 가게 할 것"이라며 "종부세 세 부담을 줄이고 재산세를 증가시키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 의장은 "종부세 과세표준을 작년 수준(80%)으로 동결하고 세부담 상한선을 300%에서 150%로 내리는 것과 재산세 인하는 금년분에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며 "만약 고지서가 나간 후라면 환급의 형식으로 돌려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