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tage |
- 웃어라 웃어
불이 꺼지고 막이 오르자마자 관객들이 웃는다. 이 작품에서 비극은 특별한 편지를 보낸 실체가 남자라는 사실이다. 그 가장 비극적인 그 순간에도 관객들은 웃는다. 이 작품은 어느 순간에도 웃을 수 있게 하는 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바지를 반쯤내리고 쭈그려 앉아있는 이등병, 비키니차림의 김병장, 사진과 대화하는 일병, 아양 떠는 상병 등 캐릭터가 확실하다. 확실한 캐릭터마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개연성 있는 스토리까지 더해진다. 말장난, 겉웃음, 모양으로만 웃기는 이야기들은 그 뿐이다. 지나고 나면 잊혀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극이 진행될수록 캐릭터에 점점 빠져든다. 그들을 이해하는 웃음이 터진다. 그들의 삶에 공감해주고 그들의 편에 서야할 것만 같다. 작품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그들이 불렀던 넘버들이 입에서 흥얼거려진다.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뒷받침된 코미디가 관객들을 계속 웃음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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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관객들은 수동적이다. 무대 위 사람들의 연기에 따라 웃음 짓고, 반응한다. 모든 관객들의 시선은 무대 위로만 고정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쉼 없이 관객들에게 말을 건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 기대하게 한다. 관객들은 무대만 볼 수 없다. 선택받은 관객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해 목을 빼고, 군대의 필수아이템 초코파이를 받으려고 두 팔을 뻗는다. 심지어 휴가를 얻기 위한 김병장의 장기자랑은 관객석과 무대를 넘나들어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관객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극이 잔잔하게 흘러갈 때마다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관객들은 쉴 틈이 없다.
- 그들의 땀방울
소극장과 대극장의 가장 큰 차이는 무대와 관객간의 거리다.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에서는 대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무대 위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배경과 소품 이동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 또한 소극장의 매력이다. 소극장 창작 뮤지컬인 이 작품에서는 유난히 배우들 얼굴 위 땀방울까지도 신경이 쓰인다. 화려한 캐스팅 바람이 부는 뮤지컬계, 뮤지컬 '스페셜레터'는 신인급 배우들뿐이다. 하지만 극의 화려함과 완성도는 빠지지 않는다. 배우들은 뛰어다니는 장면과 과격한 안무에도 불구하고 숨 차는 모습 하나 보이지 않는다. 열정적이고 단단한 실력으로 해낸다. 요즘 뮤지컬계에서는 배우들의 화려한 이력을 쫓아 공연을 봤다가 억울함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뮤지컬 '스페셜레터'는 배우들의 땀방울로 관객들의 마음을 끝까지 훈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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