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5일 새벽(한국시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데 대해 "도발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며 일본과 함께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집을 추진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북한이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미국 본토를 강타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2호 발사를 강행한 데 대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국내여론을 의식한 듯 "이번 미사일 발사로 인해 임박한 위협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독립기념일과 디스커버리 호 발사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시기와 정황으로 미뤄보아 북한의 이번 행위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美 행정부 "北 미사일 발사는 도발행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등 국가안보분야 참모들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문제를 협의하는 등 우려를 드러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도발"이라면서 "북한은 또다시 스스로를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노 대변인은 또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5일 6자회담 당사국 방문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등 관계부처들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확인된 후 부처간 긴급대책협의를 갖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종류와 성능, 발사 의도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며 향후 움직임에 대비했다.
미 본토에 대한 대공감시 업무를 맡고 있는 북미우주방공사령부(NORAD)는 대공감시태세를 중간급 위협보다 다소 높은 '브라보 플러스'로 격상시켰다고 NORAD 대변인이 밝혔다.
美 전문가, "국제사회의 관심 끌기 위한 것"
그러나 미국의 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행동이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이번 시험이 당장은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분석하면서도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고 나설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그들이 아주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일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회담한 적이 있는 셔먼 전 조정관은 그러나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이번 행동에 대한 국제적 제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 MIT대학의 짐 월시 안보분석가 역시 북한의 이번 시험 발사의 의도가 6자회담 내에서 주장해 온 북한측 요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월시 분석가는 그러나 북한의 이번 시험이 미국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위협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아주 어려운 기술로 그들은 분명 이를 터득하지 못했다"며 "대부분의 평가는 북한이 향후 10년 내에도 이를 마스터하지 못하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북한이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에 맞춰 시험 발사를 강행했음을 지적하며 이는 "관심을 얻으려는 도발적 행동"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국 언론은 전했다.
美·日 "UN 안보리 소집 추진"
한편 미국은 일본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집을 강력히 추진하고 나서 유엔 안보리가 이르면 5일(미 동부시각)부터 북한 미사일 발사문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이 알려진 직후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비공식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 문제의 안보리 논의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이르면 내일(5일)부터 안보리 이사국들 사이에 북한의 '주변국 위협'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식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비공식 협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998년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당시 안보리 의장 성명을 통해 북한에 주변국 위협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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