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 구간인 낙동강 24공구 현장의 설계 변경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의 공기를 맞추기 위해 편법 입찰을 강행했고, 감사원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서도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김진애 의원(민주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해양부가 낙동강 24공구의 공사 발주 전인 지난해 8월, 준설토를 처리를 위한 적치장 부족으로 준설량을 절반 이상 축소하는 설계 변경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사 기간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공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4대강 사업의 낙찰자 선정 두 달 전인 지난해 8월 13일 국토해양부가 각 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수자원공사에 보낸 '준설토 조정 방안 알림'이라는 비공개 공문을 공개했다. 이 공문에는 "4대강 사업의 준설 물량이 많아 사토 처리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칠곡 등 도심 인근 지역은 사토 처리가 어려워 준설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정정공고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적치장 및 사토 처리장 부족으로 인해 축소돼야 하는 준설량은 당초 계획인 3500만㎥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1700만㎥다. 국토부가 계획대로 준설량을 축소했다면, 63빌딩(65만㎥)의 약 28배, 서울 남산(5000만㎥)의 37%에 해당되는 1800만㎥에 대한 준설이 중단될 수 있었다. 공사비 역시 3821억 원에서 2793억 원으로 1028억 원이나 축소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김진애 의원은 "만일 국토부가 입찰 공고를 다시 했다면, 1028억 원의 공사비가 감액되었을 것이며 설계 변경에 따른 예산 낭비를 방지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이러한 문제를 알고서도 기존의 입찰공고에 따라 공사 발주를 강행했으며, 이는 재공고를 실시할 경우 입찰업체의 설계 변경 등으로 2~3개월의 추가 시간이 소요돼 4대강 사업의 공기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애초의 물량대로 발주된 공사는 시공업체인 D건설사가 '실정 보고'를 통해 준설량 축소에 따른 설계 변경을 요청하고, 국토해양부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김 의원은 "명백한 편법 동원이며, 국토해양부와 시공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을 통해 예산 낭비가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 국토부 '편법' 알고도 묵인…감사 결과 공개해야"
아울러 감사원이 이 같은 '편법 공사' 사례를 알고도 묵인한 채 감사 결과 발표를 지연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1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 감사에 착수하면서 '공사 발주 및 계약 체결의 적정성', '준설토 처리 및 공정 관리 계획의 적정성'에 중점을 두고 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진애 의원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낙동강 24공구의 준설량 축소와 관련해 감사원에 제출한 공문을 공개하며 "감사원은 4대강 사업 감사 과정에서 낙동강 24공구의 대규모 준설량 축소와 이에 따른 설계 변경에 대한 문제점을 확인했지만, 감사가 끝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감사 결과 발표를 지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감사 결과가 국정감사 이후 발표된다면 국정감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4대강 사업 감사의 주심인 은진수 감사위원이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채택이 안 되고 있는 것 역시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감사원은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의 감사 결과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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