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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55] 인간에 대한 통쾌한 풍자,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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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55] 인간에 대한 통쾌한 풍자,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

[공연리뷰&프리뷰] '2010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초청작(개막작)

아무장치도 없다고 볼 수 있는 무대 위에서 풍자되는 인물들은 각자의 언어, 표정, 말투, 제스처로 관객과의 공모관계를 형성한다. 수용될 수 있는 폭이 비극에 비해 넓지 않은 희극임에도 불구하고 몰리에르의 작품들은 과장 속 보편성과, 달라진 시대에서도 공감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탐구로 한국관객을 매료시켰다. '2010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는 희화된 복식과 표정, 몸짓을 요구받았음에도 당대의 인물들이 실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3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에서 단연 매력적인 것은 캐릭터의 묘사다. 귀족, 후작, 부르주아, 하인 등 지위, 성별, 나이, 관계, 상황에 따른 언어를 창조하므로 단순화될 수 있는 전통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무대에 선 인물들 스스로는 모르나 외부에서 관찰할 때 어쩔 수 없이 유발되는 웃음은 건강하며 억지가 없다.

▲ ⓒChristian Ganet

세 작품의 소재는 다르지만 안고 있는 희극성을 비슷하다. 언급했듯 인물의 특징과 허영을 확대시키므로 과장되게 표현, 성격에서 비롯된 희극성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머릿속에 든 모든 지식을 뱉어내려는 듯 쉬지 않고 말하는 박사, 배운 것 없지만 꾀가 많아 상황극에 능한 하인, 삼촌을 속이는데 기침 몇 번이 전부인 조카, 남자를 탐하는 아내와 술주정뱅이 남편, 입술에 바르는 크림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는 딸 등 캐릭터가 갖는 매력은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반복, 나열, 과장된 몰리에르의 인물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과 밀착된 웃음을 유도하는데 이는 그 시대의 삶과 인물들을 관찰, 탐구하므로 진실 되게 묘사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당대 사람들의 실생활이 재료가 된 연극은 그 속에서 보편적 인간상을 찾고자 애썼다. 남의 시선과 겉치레에만 신경 쓰는 허영과 위선이 유머 속에서도 날카롭게 존재한다. 연극은 시대의 풍속뿐 아니라 그들의 심리까지 제시했기에 가벼운 풍속극을 넘어 인간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표면은 과장됐으나 소박하고 일상적인 인물, 사건, 상황은 친숙하다. 여기에 끊임없이 나열돼 거대해진 부피의 언어는 리듬감으로 활기를 더한다. 또한 갈등과 대립, 오해와 역전의 상황 등 희극적인 요소와 몰리에르의 재치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다.

▲ ⓒChristian Ganet
"가장 훌륭한 것일수록 사악한 원숭이들에 의해 모방당하기 일쑤인데, 그런 족속이야말로 웃음거리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완벽한 것을 잘못 모방하면, 옛날부터 언제나 희극의 재료가 되고 만다."_몰리에르[Molière, 본명 '장 밥티스트 포클랭(Jean Baptiste Poquelin)', 1622.1.15~1673.2.17]

'2010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프랑스 국립민중극장이 선보인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는 잘 알려진 '웃음거리 재녀들'을 비롯해 '광대의 질투', '날아다니는 의사'로 구성돼 있다. 몰리에르 활동 중 비교적 초기에 쓰인 작품들로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인용된 몰리에르의 말에서처럼 그의 풍자 대상은 일관된 편이다. 이 고전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연출가 크리스티앙 쉬아르티는 17세기 연극 환경을 그대로 이어나가고자 배우들에게 무대 세트, 의상, 분장까지 직접 하게끔 했다. 여백을 그대로 남겨둔 무대는 흰 막이 거의 전부이며 뒤로는 분장실이 보인다. 나무로 만들어진 무대는 해학, 위트를 그대로 담아낸다. 뛰어난 배우들은 다른 언어로 한국관객과 소통하길 원했으며, 언어의 주고받음이 원활하지 않았으나 소통에 성공했다. 그들이 보여준 인간에 대한 예리한 풍자가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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