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상지대 구재단 복귀 문제와 관련해 증인 채택을 두고 연일 여야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이번엔 '관제데모' 논란에 휩싸였다.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장 앞에서 뉴라이트 학부모 연합, 한국 학부모 연합 등 보수적인 학부모단체가 "교원평가제 입법 촉구"라고 쓰인 파란색 어깨띠를 두르고 나타나 '교원평가 실시'를 촉구하며 의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는 등 일종의 '시위'를 벌인 것.
이들은 이날 국정감사 시작 직전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교원평가 법제화를 위한 범 학부모, 시민단체 촉구대회'를 열고 "국회는 이번 회기 내에 교원평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라"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이후 이들은 유인석 교육발전기획관과의 면담을 신청해 청사 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교과위가 열리는 정부종합청사 16층 대회의실 앞 복도에 줄지어 서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만나 교원평가제 입법을 촉구하는 성명을 전달했고 이어 회의장에 입장하는 여야 의원들에게도 촉구서를 전달했다.
"국정감사장 앞에서 시위, 교과부가 허가했나"
야당 의원들은 "교과부가 학부모 단체를 압장세워 입법부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교과위 김상희(민주당) 의원은 "어떻게 뉴라이트 단체가 국감장 바로 앞에서 야당의원들을 상대로 시위할 수 있느냐"며 "이것은 교과부가 관제데모를 사주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따졌다.
김 의원은 "시위하는 학부모 단체 사이사이에 교과부 공무원들도 서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있었던 것"이라며 "정말 교과부가 모르는 것인지 명백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도 "상지대 교수, 부모, 학생들이 시위하고 교과부의 해명을 듣고자 면담을 신청했지만 일체 거부됐다. 면회 신청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유독 특정단체가 들어와서 야당 의원들에게 정치적 압박에 가까운 발언을 하고 어깨띠를 두르고 있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춘진(민주당) 의원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원평가제 강행' 의지를 밝힌 것을 들어 이날 시위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 장관은 지난 30일 제주도 서귀포 한 호텔에서 교원평가제에 대해 '연내에 법제화 추진하겠지만 안되면 대통령령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전임 장관도 '법개정이 없더라도 교원평가제 전면 시행하겠다'고 해서 국회에서 사과했는데 이 장관도 취임한지 얼마 안되어 이렇게 말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 발상이다. 이날 시위도 이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변재일 교과위 위원장도 "일부 시민단체가 국감장 앞에까지 와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더군다나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조속히 추진해달라는 내용인데, 정부종합청사 출입 관리 규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들이 출입한 목적과 면담신청자는 누군지 확인하고 이주호 장관이 직접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주호 장관은 "이 경위에 대해서는 바로 소상하게 파악하도록 지시해서 파악이되는 대로 보고하겠다"며 "경위와 관계없이 국감장에서 의원들에게 집단적인 행동이 있었던 것에 대해 교과부를 대표해 심심한 사의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교과부 국정감사는 이들 뉴라이트 학부모 단체의 시위 문제와 상지대 재단 복귀 결정과 관련해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증인들을 채택하는 문제로 여야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반복하며 논쟁을 벌이다 정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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