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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트렌디하다. 스타일도 가볍고 톡톡 튄다. 대본 역시 배우들과 연출가가 열흘 남짓 되는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기억을 되살려낸 추억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따라서 연습 과정도 다른 작품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일단 갔다 와요 여행을. 그런 다음엔 있는 대로 즉흥적으로 다 쏟아내요. 저희가 생각나는 대로 막 연기해요. 그러면 연출님이 보시고 그 중에 몇 개를 선택하는 거죠. 전체 이만큼을 했다가 요만큼씩 추려나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결국 대본이 완성돼요. 공연이 올라간 뒤에도 수정할 건 수정하고 뺄 건 빼고 계속해서 솎아내고 있어요."(박동욱)
그만큼 배우들의 몫이 더 크게 요구된다. 박선희 연출은 "최근 작품을 구성하거나 기여하는 데 배우와 연출의 퍼센테이지가 어느 정도 인지 생각해봤어요. 오 분의 1은 내 몫인 것 같아요. 나머지 오 분의 4는 배우들의 몫인 거죠. 여기 나와 있는 대사들 전부 거의 다가 얘 네들이 느꼈던 것, 어디서 주워들은 것, 겪은 것들이고, 아무리 내 얘기를 밀어 넣으려고 해도 퍼센테이지로 따지면 5분의 1도 안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10분의 1일 수도 있죠. 나도 얘네 생각을 받아들여서 그걸로 구성을 하려고 마음먹는다 해도 안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우리 작업방식은 정말 자기 이야기를 끌어내야만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애들이 진짜 힘들어요. 힘들긴 하지만 저한테는 그 방식이 재밌고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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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인도에서 겪은 대부분의 사건은 연극 '인디아 블로그'의 장면으로 삽입됐다. 혁진 역할을 맡은 전석호 배우는 "장면 중에 '길을 나섰지. 어린왕자를 닮은 너'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것도 진짜 사막에 갔다가 돌아와서 제가 직접 쓴 거예요. 준민이한테 주면서 이거 노래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동욱이형이 옆에서 지가 해주겠다고 '집을 나섰지'하더니 갑자기 2절을 하늘을 달리다 부르는 거예요. 우리는 우와 형 진짜 잘한다 했는데 근데 뭔가 이상한데 형? 그렇게 된 거였어요"라고 설명했다. 애드리브가 비교적 많은 작품임에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이유는 서로가 그만큼 친하고 또 믿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대도구(?) 같은 등장인물이 또 한 명 등장한다. 바로 기타 치는 박준민. 인도가 좋아 떠난 여행에서 이들을 만나 공연까지 함께 하는 인연을 맺게 됐다. 그가 하는 일은 짜이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대접하고 군데군데 기타 멜로디를 집어넣는 일이다. 1시간 40분을 대사 한 마디 없이 버티는 그는 "전 어디서나 잘 살아요"하며 "처음에 인도에 갔을 때 한 달 동안 여행했는데 짧은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가게 됐어요. 거기서 연출님을 만났어요. 공연팀은 먼저 한국으로 떠나고 저는 공연 개막 보름 전에 도착해서 합류하게 됐죠"라고 밝혔다. 두 배우들은 그를 "특이하다.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웃겼다. 박선희 연출은 일화를 소개하며 "넋을 놓고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되게 인상 깊었다. 알고 보니 그게 스페셜한 일은 아니더라(웃음)"고 덧붙였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연출의 말대로 사랑에 관한 굵직한 갈래를 따라 흘러간다. 유쾌하게 웃다보면 어느새 서울에 두고 온 자신의 과거와 사랑이 켜켜이 쌓여 갠지스강을 따라 겹쳐 보인다. "동욱이는 사랑이 아름다운 거래요. 석호도 사랑을 긍정적으로 해야 한다고 믿고요. 근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있는지 없는지 존재 자체도 모르겠고, 애들은 그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러니까 가기 전까지는 그런 마음을 몰랐어요. 내가 생각하는 사랑 역시 본질적으로 얘들이 말하는 사랑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게 그냥 갈 수도 있고 다시 올 수도 있는 거지만 왔을 땐 그게 소중한 사랑이라는 걸 모른다는 거죠. 찬영이 캐릭터가 바로 그거에요. 요즘 말하는 쿨한 남자죠. 사랑했고, 그녀는 갔어. 근데 왜 내 마음이 아프지."(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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