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불법적인 정책 홍보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과도한 국정홍보 예산과 편법 사용 문제 등이 질타를 맞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 국정홍보처를 없애는 등 '작은 정부'를 내세웠던 것과 180도 다른 운영 행태라는 비판이다. 또 정부의 막대한 '물량 공세'에 비해 실효성은 더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돈주고 기사·칼럼 구매 …정부·언론 신뢰성 공동 하락"
서갑원 의원(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정부 홍보성 기사를 게재하는 대가로 신문사에 1건당 최대 2000만 원을 지불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4일 34개 부처별 자료 및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종합 분석해 농림부, 복지부, 환경부 등에서 칼럼, 기사를 구매해왔다고 밝혔다. 기사에는 부서 협찬이나 공동 캠페인 등의 표시 없이 일반 기사로 보도됐다.
가장 많이 나타난 것은 돈을 지불하고 기획 기사를 게재하는 경우다. 농림부의 경우 6개 신문에 총 2억8000만 원을 지급해 '이명박 정부의 농정 성과' 등의 홍보성 기사를 실었다. 농림부는 1회 게재하는 데 330만 원~2000만 원 등이 소요됐고 4회 게재에 4000만 원, 10회 게재에 5000만 원. 6회 게재에 1억 6000만 원 등의 예산을 썼다.
복지부도 저출산 극복 기획기사 게재를 대가로 신문에 3500만 원을 지급하는가 하면 에이즈 예방기사에 600만 원을 썼다. 환경부는 수생태계 복원 관련 시리즈로 한 신문에 5000만 원을 지급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칼럼을 구매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FTA 홍보과정에서 언론 기고문 작성료로 200만 원을 지출했고 복지부는 외부 대행사를 통해 일간지에 금연관련 칼럼을 게재하고 550만 원을 지급했다.
서갑원 의원은 "정부에 우호적인 오피니언층에게 칼럼을 써 게재를 추진하고 원고료를 지급한 것으로, '관제홍보' '어용학자' 시비를 자초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신문 윤리강령은 금품수수 및 향응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 양자의 신뢰 훼손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언론사 계약은 편법투성이 …왜 공개 입찰 안하나"
이를 두고 최문순 의원(민주당)은 '정부 코드 맞추기', '찍어 밀어주기'식 정부 협찬이 근본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언론사의 로비, 기관장의 친소관계, 정치적인 고려 등으로 협찬사와 협찬 금액을 주먹구구로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문순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문화부 및 산하기관의 '언론사 협찬 현황'을 분석한 결과 8개 기관이 모두 30차례에 걸쳐 지상파TV와 신문사에 협찬을 했는데 19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반면, 공개경쟁입찰은 단 2건에 불과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은 3000만 원 이상인 경우 공개경쟁 입찰을 해야 하지만 언론사와의 계약은 대부분 친소관계나 정부 코드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언론사 별로는 지상파 TV는 6억7200만 원, SBS 6억5910만 원, MBC 6억4900여만 원 순이었고 신문사는 중앙일보가 1억5406만6000원(경쟁입찰 포함할 경우 4억5218만2500원)으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정부 코드 맞추기' 형식으로 언론 협찬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목적이 분명한 사업의 경우 반드시 공개경쟁을 통해 예산을 집행하고, 선심성이 짙거나 정부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내는 협찬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보 예산은 참여정부 때보다 늘어…실효성은 낮아져"
또 이명박 정부가 쓴 정부 홍보 관련 예산이 참여정부 국정홍보처 예산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예산은 대폭 늘렸는데 실효성은 더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 2008년 94억2900만원까지 줄었던 문화부의 홍보 예산은 2009년 149억2900만원, 올해 156억2400만원으로 늘었다.
이는 참여정부 국정홍보처 예산(2005년 115억1600만 원, 2006년 142억6700만 원, 2007년 123억7100만 원)을 초과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것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던 이명박 정부의 목표와 상충되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늘어난 예산에 비해 실효성은 낮은데다 문화부의 정부 홍보 기능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하락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문화부의 정부정책홍보 기능에 대한 만족도는 2008년 63.1%에서 2009년 53.6%로 크게 떨어졌다.
'정책 소통과 공감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목표로 내세우는 한국정책방송원(KTV)도 시청률이 0.099%로 시청률 1%도 안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은 총 110명에 연간 예산 218억8800원을 쓰는 곳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예산 낭비가 이뤄지는 셈. 이 의원은 "KTV와 대한뉴스가 다를게 뭐냐?"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콘텐츠의 문제다. 정작 들어와 보니 납득되지 않는 정책홍보 내용만 들어있더라는 뜻"이라며 "일방적인 홍보가 먹히던 시절은 지났으니 합리적인 내용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강화의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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