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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방송'이 된 공영방송, '3S' 정책이 돌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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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방송'이 된 공영방송, '3S' 정책이 돌아오나

[김영호의 사자후]<30> 방송 장악의 '정석'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을 공영방송이라고 말한다. 상업방송과 달리 소유구조가 공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상업적 이윤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견지하여 공익성-공공성을 실현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에 포획된 KBS, MBC가 제작진의 반발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폐지하여 권력을 감시-견제해야 할 언론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비판적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없음으로써 국민의 정치의식을 마비시켜 정권안보를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공영방송=오락방송 만들기이다.

<시사매거진 2580>과 <PD수첩>만 남은 MBC

신문시장은 친정권 신문 조·중·동이 지배하고 있어 의제설정을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영향력이 막강한 방송이다. 그래서 방송장악의 일환으로 YTN에 이어 KBS, MBC에 관제사장을 심어 비판적 시사고발 프로그램 없애기에 나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MBC의 <PD수첩>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다루었다고 해서 정부가 제작진에 대해 법적조치에 나서는 한편 집권세력이 집요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의 여측 이사들이 여기에 가세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뉴스의 성격에 따라서는 심층-추적보도를 요구한다. 내용이 전문적이고 복잡하며 난해한 경우 정밀한 해설-해석을 요구한다. 또 관료집단은 국민의 이익과 배치되는 정책집행이나 책임추궁이 따라야 할 정책실패를 은폐하려는 속성을 지녀 추적보도가 필요하다.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사회의 구조적 폐해-모순 또한 집중보도의 대상이다. 그런데 TV뉴스는 일반적으로 단편적이고 나열적이다. 배경화면이 없는 뉴스라면 기사가치보다 축소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심층적-집중적 취재를 통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그런데 MBC가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 시사고발 프로그램 <후 플러스>와 한국적 시각에서 국제문제를 보는 <김혜수의 W>를 폐지키로 했다. 이에 앞서 비교적 시청률이 높았던 <뉴스 후>를 <후 플러스>로 이름을 바꾸더니 이번에는 아예 없애버리기로 한 것이다. 시청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 플러스>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여배우의 집사>를 편성한다는 것이다. 남자 연예인들이 여배우들의 집사가 되어 그들의 소망을 들어주는 오락-연예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김혜수의 W> 대신에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을 내보낸다고 한다. 케이블방송 Mnet가 최근 방영하여 상당한 인기를 얻은 <수퍼 스타K>와 유사한 노래자랑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다. <수퍼 스타K>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영국의 <브리튼 갓 탈렌트>를 본떴는데 뒤늦게 그것을 다시 흉내 내겠다는 소리다.

이렇게 되면 M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시사매가진 2580>과 <PD수첩>만 남는다. <PD수첩>은 이미 정권적 차원에서 탄압을 받고 있고 4대강 개발의 문제점을 다루었다는 이유로 불방사태까지 겪었다. <시사매가진 2580>은 방송문화진흥원의 여측 추천 이사들이 <뉴스 후>와 통합하라고 강압한 바 있다. <시사매가진 2580>과 <PD수첩>도 운명이 위태롭지 않나 싶다.

김재철 사장이 시청률부터 올리고 난 뒤 공영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투의 말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소리다. 달리 해석하면 공영방송을 포기해도 좋다는 말로도 들린다. 시청률 높이기 왕도는 선정성-폭력성이다. 훌렁훌렁 벗고 야한 소리 쏟아내고 주먹과 발길이 오가고 피 튀는 총질이 나오면 시청률은 나오기 마련이다. 이렇게 나가면 다른 시사고발 프로그램도 살아남을지 의문이다.

무력화된 KBS, 따라하는 MBC

관제사장이 MBC보다 먼저 입성한 KBS는 지난해 시사고발 프로그램 폐지작업을 단행했다. <생방송 시사 투나잇>의 간판을 <시사 360>으로 이름을 바꿔달아 가까스로 연명하는가 싶더니 기어코 없애버렸다. <미디어 포커스>는 <미디어 비평>으로 제목과 시간대를 변경하더니 성격도 변질됐다. 당시 <미디어 포커스>라는 제목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 윗선의 의중이라며 제작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시사기획 쌈>이 3년 동안 권력을 비판하며 높은 인지도를 쌓았지만 작년말 <시사기획 KBS 10>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이번 가을 개편에서는 어떤 모습이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공영방송의 비판기능 무력화 작업의 일환으로 이미 진행자 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MBC <뉴스 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공개적인 압력을 받으면서 TV화면에서 사라졌다. 이에 앞서 KBS에서는 시사평론가 정관용 씨를 1TV <심야토론>과 1라디오의 진행석에서 쫓아냈다. 가수 윤도현 씨도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KBS FM <윤도현의 뮤직쇼>의 마이크를 놓았다. MBC <100분 토론>의 손석희 씨, KBS <스타 골든벨>의 김재동 씨도 진행석에서 내려 앉혔다. 그 외에도 여러 진행자들이 마이크를 뺏겼다.

여론 조작, 3S 정책이 돌아오나

MBC 노조가 시사 프로그램 축소와 오락 프로그램 신설에 따라 MBC의 평일 프라임 타임대 오락 프로그램 편성비율이 53%에서 57.6%로 높아졌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상업방송 SBS의 56.3%보다 상회한다는 것이다. KBS도 그 비율이 높아졌을 것이다. 두 방송사가 공영방송이라고 말하면서 저급하기 짝이 없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쏟아낸다. 한 무리의 연예인들이 나와 헛소리나 늘어놓으며 말장난을 일삼는데 비싼 출연료까지 바치면서 말이다.

국권을 총칼로 찬탈한 전두환 일당은 칼라TV와 함께 프로 야구, 프로 씨름을 도입하면서 철저한 언론통제를 실시했다. 뉴스 시간이 되면 시보를 알리는 '땡' 소리와 동시에 "전두환 대통령은…"을 반복하면서 기사가치가 있는 뉴스는 버리고 주로 기사가치가 없는 뉴스를 내보냈다. 이른바 '땡전 뉴스'이다. 그리곤 스포츠 중계와 오락물, 선정물로 떡칠했다. 이른바 여론조작을 위한 3S(screen, sport, sex)이다. 국민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지 말고 먹고 마시고 놀기나 하라는 우민정책이다.

세상이 거꾸로 간다더니 TV화면이 3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비주류 신문, 인터넷에 넘쳐나는 권력감시 기사는 거의 사라지고 정권 홍보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하나 둘 없애고 오락물로 채우고 있다. 정보의 유통경로가 단순했던 시절에도 지하매체가 있었고 전문(傳聞)이 진실을 말했다.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정보의 유통경로가 다각화하고 있다. 아직도 언론통제를 통한 여론조작이 가능하다고 착각한다면 언론환경의 변화를 감지조차 못한다는 뜻이다.

대매체-다채널 시대가 만개하여 인터넷은 물론이고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유투브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진실을 담은 온갖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실어 나르고 퍼뜨리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을 통한 공영방송=오락방송 만들기에 성공했다고 믿을 즈음 국민은 공영방송이 아닌 오락방송에서 멀어진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이 그 사실을 말한다. 언론통제를 통해 딴 말을 하면 정권을 괴롭히는 유언비어를 낳는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은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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