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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 찢는' 음향 대포…"경찰, 언제는 수면권 주장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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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 찢는' 음향 대포…"경찰, 언제는 수면권 주장하더니"

인권단체, 경찰 '지향성 음향장비' 도입에 반발…인체 유해 논란

경찰이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위 진압용 '음향 대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마루타 실험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43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회 및 시위 진압 장비 수위를 대폭 높인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경찰청이 28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음향 대포'로 불리는 '지향성 음향장비(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를 경찰 장비에 포함시켜 살수차·특수진압차 등과 같은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적 퇴치용' 음향 대포, 시민들에게 쏜다고?…안전성 논란도

지향성 음향장비는 사람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소음을 발생시켜 시위대를 해산하는 장비다. 2.5킬로헤르츠(㎑)의 고음을 152데시벨(㏈)까지 낼 수 있어, 주로 선박에서 해적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리치는 데에 사용돼 왔다.

보통 사람이 120~130㏈의 소리를 들으면 고통을 느끼게 되고, 장시간 청취 시 청력이 손상될 수 있다. 160㏈은 일시적인 노출만으로도 영구적으로 청력을 손상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 지난해 11월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때 등장한 지향성 음향장비. ⓒAP

따라서 이 장비의 사용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국외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다. 경찰은 "선진국에선 이미 도입된 장비"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당시 시위대의 고막 손상을 일으켜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 6월 토론토 G20 회의 때에는 온타리오주 법원이 시민단체의 사용금지 요청을 받아들여 장비의 사용을 제한한 바 있다.

지난 6월 3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지향성 음향장비는 '방송'과 '경고'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방송 기능은 일반 확성기와 비슷한 효과가 있는 반면, 경고 기능은 소음 강도를 146㏈까지 올렸을 때 귀 바로 옆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나며 고막 파열을 일으킬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법원 역시 이 장비에 대한 소음 강도를 측정한 결과, 90㏈일 경우 30분, 100㏈의 경우 15분, 120㏈일 경우 수 초 안에 청각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장비의 '경고' 기능 사용을 제한한 바 있다.

'대테러 장비', 다목적 발사기 사용 기준도 완화

이밖에도 경찰청은 최루탄이나 고무탄 등을 쏠 수 있는 '다목적 발사기'의 사용 기준 역시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다목적 발사기는 '대간첩·대테러 작전 등 국가 안전에 관련된 작전'과 '공공 시설의 안전에 현저한 위해가 발생할 경우'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용하도록 규정돼 왔다. 그러나 개정안에선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현저한 위해 방지 등'에도 쓸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G20 정상회의를 앞둔 이번 방침은 지난달 취임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재직 시절인 지난 3월 기동단 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비싼 세금으로 도입한 장비를 왜 사용도 못하고 썩히느냐. 사용할 때가 되면 사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고, 취임 후에도 "최첨단 진압 장비를 도입해 경찰과 집회 참가자의 직접 충돌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밝혔었다.

조 청장은 경기경찰청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쌍용차 노동조합 파업 때에도 안전성 논란이 있던 다목적 발사기와 테이저건을 사용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사용 자제를 권고 받았었다.

▲ 지난해 쌍용차노조 파업 당시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얼굴을 맞은 노조원. ⓒ<노동과 세계> 이명익 기자 제공

인권단체 반발…"수면권 들며 야간집회 막던 경찰, 이제 와 음향 대포?"

경찰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불특정 다수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집회·시위 등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는 반민주주의·반인권적인 개악"이라며 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의학계와 음향전문가들도 안전성 미검증과 인체 유해 우려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공청회조차 없이 입법예고만으로 장비의 사용을 합법화하고 있다"며 "이는 경찰의 성과주의 경쟁과 결합해 경찰의 자의적인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특히 지향성 음향장비의 도입에 대해 "지금껏 시민의 수면권을 주장하며 야간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경찰이, 집회 참가자 외에도 주변의 다수 시민들에게 큰 소음 피해를 입힐 이 음향 장비를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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