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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슈팅 라이크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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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슈팅 라이크 베컴'

한국 U-17 여자월드컵 우승, 3-3 일본에 승부차기 역전

여자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봤음직한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원제: Bend It Like Beckham) 휘어감아 차는 프리킥이 일품인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빗 베컴을 동경하는 영국 소녀들이 축구를 통해 꾸는 꿈과 우정을 소재로 한 2002년도 영화다. 그런데 한국 소녀들이 실제 베컴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앞에서 꿈을 이뤘다.

26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U-17(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일본팀을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남녀 통틀어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대회 첫 우승이다. 전후반 3-3 동점에 승부차기 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고 우승컵에 키스하고 들어올리는 장면까지 중계하는 덕에 경기 중계는 3시간을 넘겼다. 우승 덕에 장시간 중계 기록을 세웠다.

▲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완호하고 있는 선수들(SBS 중계 화면 캡쳐) ⓒ뉴시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여자 축구

'흐름의 경기'라는 축구. 초반은 한국이 흐름을 먼저 탔다. 이정은 선수가 전반 6분 날린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는 손 써볼 틈도 없이 골문 왼쪽 모서리 상단에 꽂혔다.

일본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11분 나오모토 히카루의 중거리 슛이 골키퍼 머리 위로 날아가더니 골키퍼 손에 걸렸지만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고, 전반 17분 다나카 요코의 중거리 슛이 골키퍼의 왼쪽 옆에서 바운드 되면서 역전골이 됐다.

전반전이 그대로 끝나면 일본의 흐름으로 완전히 넘어갈 뻔 했으나, 전반전 추가 시간에 얻은 프리킥을 김아름 선수가 감아차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골문으로부터 30m의 먼 거리였지만 김아름이 찬 공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2-2 동점으로 시작한 후반 초반 한국은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으나 일본은 후반 12분 한국 진영 골문 앞 혼전 중에 카토 치카 선수가 골키퍼 손을 맞고 나온 공을 차 넣어 3-2로 앞서나갔다.

승부의 추가 기울 수 있었으나 한국팀 선수들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이소담 선수가 들어간 지 1분 만에 일본 골문으로부터 약 30m 떨어진 지역에서 바운드 돼 나오는 공을 강하게 차 골망을 갈랐다. 프리킥 포함 한국팀의 세 골이 모두 30m 안팎 지점에서의 중거리 슈팅이었던 셈. 세 골 모두 관중석의 베컴도 놀랄만한 골이었다.

▲ 경기 시작 전 베컴 선수와 인사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SBS

이후 양팀 모두 체력이 부쩍 떨어져 보였고, 연장 전후반 30분이 흘렀으나 골은 더 이상 터지지 않았다. 이윽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한국팀의 이정은 선수의 슛을 일본 골키퍼가 쳐내 한국이 뒤지면서 시작했지만, 일본팀의 와다 선수가 골대 밖으로 공을 차는 바람에 팽팽한 승부가 계속됐다. 선발 5명의 승부차기 결과 4-4. 추가 선수의 1 대 1 대결이 시작됐으나 일본팀의 무라마츠 선수가 골대를 맞추고 한국팀의 장슬기 선수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결국 우승컵을 안게 됐다.

결승전에서는 일본팀의 집중 수비에 꽁꽁 묶인 여민지 선수가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준결승전까지 8골을 넣어 득점왕(골든슈)과 대회 MVP에 올랐다. 주장 김아름 선수는 팀 동료 코치 감독과 우승컵에 키스하고 번쩍 들어올렸다. 항상 TV에서나 보던 '남의 일' 같은 장면이 U-17 여자 선수들에게는 '내 일'이 돼버린 순간이었다.

▲ 8골로 득점왕과 대회 MVP에 오른 여민지 선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SBS 중게화면 캡쳐) ⓒ뉴시스

여자 축구 왜 재밌나

U-20 여자월드컵 4강에 이어 U-17 여자월드컵에서는 우승까지 일궈냄으로써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기가 재밌다. 한국팀은 조별 예선에서 남아공에 3-1, 멕시코에 4-1로 승리를 거뒀다. 8강 진출이 확정된 독일과의 조별 예선 경기에서는 전력을 다 하지 않아 0-3으로 패했으나, 8강전에서는 나이지리아에 6-5로, 4강전에서는 스페인에 2-1 승리를 거뒀다. 독일, 스페인전을 제외하고는 결승전까지 경기마다 3골 이상을 기록하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한국팀은 준결승까지 64번의 슛을 날렸는데 이 중 45번이 골문 안 쪽으로 가는 유효슈팅이었다. 하늘 위로 붕붕 날아가는 뻥 슈팅이 적다. 또한 여민지 선수는 서너명을 제치고 골을 넣는 화려한 개인기를 갖추는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 게다가 1 대 1 월패스, 공간 스루패스, 측면 크로스 등이 정확하고 수비에서도 한 선수를 순간적으로 세 명이 에워싸는 등 전술 이해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강한 정신력도 여자 축구를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 나이지리아에는 먼저 2골을 헌납하고도 연장전까지 가서 역전승을 이뤘고, 스페인전도 선제골을 내준 뒤 이룬 역전승이었다. 결승전에서는 선제골을 넣었지만 1-2에서 동점골, 2-3에서 다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SBS 박문성 해설위원은 결승전 직후 "골을 넣어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우승 원인으로 꼽았다.

▲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의 포스터. 베컴은 2018 월드컵 유치 홍보대사로 참석해 U-17 여자월드컵 한국와 일본의 결승전을 관중석에서 직접 지켜봤다.
역으로 수비는 남자 경기에 비해 허점이 많았다. 중거리 슈팅 골이 많이 나왔던 것은 골키퍼가 남자 성인에 비해 체격 조건이 열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팀만의 약점은 아니다.

2015년 여자월드컵 기대

2회 대회인 이번 U-17 여자월드컵의 1회 대회 우승은 북한팀. 북한팀은 이번 대회에서 4위를 했고, 2006년 U-20 여자월드컵에서는 우승하는 등 여자 축구에서는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라 있다.

여기에 남한이 8월에 열린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하고 이번 U-17 대회에서 우승했다. 일본과 중국도 강팀이이어서 여자 축구에서의 아시아팀의 강세가 돋보인다. 한국팀은 2011년 독일에서 열리는 성인 여자월드컵 출전권 획득에 실패해 출전하지 못 하지만 2015년 여자월드컵에서는 현재의 U-20, U-17 선수들이 어떤 일을 낼지 모른다. 그 때 쯤이면 '슈팅 라이크 아름', '슈팅 라이크 민지'와 같은 영화가 나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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