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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에 선 '시공참여자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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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에 선 '시공참여자 제도'

노사정이 함께 한 건설 하도급 관련 토론회

지난 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민주노동당의 단병호·이영순 의원 주최로 건설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실태와 건설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건설업과 관련된 노사 단체와 정부부처 등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두루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나와 있는 '시공참여자 제도'에 대해 토론자들이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제자를 포함해 7명의 토론자들은 '시공참여자 제도'의 부정적 기능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고, 대체로 이 제도를 폐지하는 데 동의했다.

도마에 오른 '시공참여자 제도'는 지난 1996년 성수대교와 삼품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부실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이 제도는 불법으로 존재하는 하도급자를 양성화시키고 시공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제도 시행 10년이 지난 오늘날 '시공참여자 제도'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뒤틀린 시공참여자 제도…불법 다단계 하도급 조장

이날 토론회에서 주 발제를 맡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심규범 박사는 "실제 운영실태를 보면 시공참여자의 책임의식 강화나 권익 보호를 통한 견실시공 유도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만연된 하도급 관행을 온존시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심 박사는 또 "중간 단계에서 실공사비만 챙기는 건설브로커는 도급구조에서 드러나지 않고, 여러 단계 아래인 팀·반장을 필요에 따라 전문건설업체의 시공참여자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며 시공참여자 제도의 운영실태를 소개했다.

이같은 주장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5월 건설현장에서 팀·반장 역할을 하는 노동자 311명과 전국 16개 전문건설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공참여자로 분류되고 있는 건설현장의 팀·반장들 중 단 7%만 '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관리만 한다'고 답해 사실상 시공참여자와 일반 건설노동자가 구별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장의 팀·반장들은 일반 건설노동자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이름만 '시공참여자'라고 등록되고 있기 때문에 견실시공을 유도한다는 시공참여자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체, 시공참여자 제도 악용 사례 빈번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강문대 변호사(법무법인 참터)는 시공참여자 제도가 건설노동자들의 권리주장을 막아서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체불임금, 산업재해, 안전보건 등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전문건설업체가 일반 노동자나 다름없는 팀·반장을 시공참여자라고 부르면서 모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문대 변호사는 건설사업주들은 건설현장 팀장과 체결하는 '시공참여 계약서'에 "팀장과 팀원 사이에 근로계약서 체결, 체불임금 발생시 건설사업주들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는 위임장, 팀장의 경우 체결된 공사대금의 상승에 대해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고발했다.

강 변호사는 또 "건설현장은 1년에 700~80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산재다발 업종이고, 산업재해의 50% 이상이 기본적인 안전시설 미설치와 보호구 미지급에 따른 것"이라며 "이는 건설 사업주들이 시공참여 계약을 통해 보호구 지급 등을 팀장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심규범 박사나 강문대 변호사 등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시공참여자 제도가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건설교통부에서 나온 손태락 팀장도 시공참여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대한건설협회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그러나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대한건설협회에서 나온 토론자는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 자체에는 이견을 달지 않으면서도 폐지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강조했다.

이 협회의 이충렬 실장은 "시공참여자 제도가 오용되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고 하는 원청업체는 건설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하도급 시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각종 하도급 규제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다단계 하도급 추구가 생리적·근원적일 수밖에 없다"며 "상황타개 방안으로 더욱 강한 제재나 반시장적 제도가 도입되면 또다른 불법과 편법이 난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와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하는 것과 동시에 다단계 하도급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여건도 개선돼야 한다"며 "건설업체와 건설노동자 등 건설참여주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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