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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그 불안한 미래…"트위터는 '글'인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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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그 불안한 미래…"트위터는 '글'인가 '말'인가"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6.2 지방선거 투표 전날 화가이자 설치미술가로 유명한 임옥상 화백은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 선거에 투표한 20대 여러분 중 선착순 1000분께 제 판화를 드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깜짝 이벤트'는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배우 권해효, 바둑황제 이세돌, 시인 안도현 씨 등이 동참하며 하나의 돌풍을 이뤄냈다. (☞ 관련기사 : 임옥상 화백 "투표한 20대에게 판화 1000점을…")

이러한 이벤트의 덕분인지 이 선거에서 20~30대의 투표율은 40%대로 껑충 뛰었다. 2006년 지방선거 때보다 4~10% 포인트가량 높아진 수치다. 젊은 층 투표율의 이변은 6.2 지방선거에서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낸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20대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했던 임옥상 화백 등은 선거 이후 '선거법 위반'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의 계고장과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교육용 방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 관련기사 : 투표 독려한 임옥상 화백 "표창은 못할 망정 선거법 위반?")

이 사건은 트위터에서의 선거 참여를 문제 삼아 선관위가 개입했다는 점과 투표 독려 행위를 선관위에서 규제하고 나섰다는 두가지 특징을 갖는다. 9일 문화연대, 언론연대, 6월 포럼 등은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선관위의 '교육용 방문' 자체가 굴욕적이었다"

임옥상 화백은 "선관위가 선거법을 홍보하겠다, 교육하겠다고 나온 것 자체가 정말 인내하기 어려운 굴욕적인 것이었다"며 "그래서 친절하게 작업실까지 와서 이야기하겠다는 것을 매몰차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 상식에 따라 살아가는데 그 이상의 법교육을 받고 해야 한다면 그 법이 문제가 있는 것이지 위반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 할 수 있느냐"며 "민주주의의 정신에서 벗어나고 민주헌법에서 벗어나는 독재, 폭력적인 법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화백은 "그간 젊은 층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도가 낮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러한 문제의식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며 "어떻게 하면 이들이 자연스럽고 떳떳하게 선거장으로 올 수 있게 하느냐는 고민에 그 이벤트로 '선물'을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태의 본질은 사적인 소셜 네트워크에 국가가 들어와서 법을 적용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겁은 줘야겠다고 하는 것이 전말인 것 같다"며 "우리는 2012년을 위해서도 소셜 네트워크의 자유를 확보하고 당국에 도전장을 던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화백의 이벤트에 엽서집 100부를 기부한 이창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선관위로부터 '미디어와 관련해서 상담을 하겠다'는 전화가 왔기에 오라고 했더니 두 직원이 계고장을 가지고 왔더라"며 "와서는 '물품을 내세워 선거를 독려한 것은 선거법에 위반되기에 기소하는게 마땅하나 첫해고 사안이 경미한 관계로 교육을 시키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창현 교수는 "트위터는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와 달리 개인과 개인의 일대일 통신 기반의 네트워크인데도 서비스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매스미디어처럼 규제하려는 선관위가 반 미디어적이며 선거 참여 독려 캠페인이 선관위의 고유 권한처럼 규제 운운하는 것은 선관위의 역할에 어긋난다고 이야기하고 보냈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문서'인가 '말'인가?"

트위터가 선관위의 규제, 단속 대상이 되느냐는 트위터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트위터 상의 소통 규제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후보자에 대한 지지 반대를 문서로 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는 선거법 93조에 의해 이뤄진다. 영속적이지 않은 '말'에 의한 지지 표명은 허용된다.

박경신 교수는 "선거법 93조를 트위터에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살펴야 한다"며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는 인터넷에 남긴 글도 영속적으로 남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문서'로 간주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우리 생활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과연 인터넷이 문서 생활을 대체하는지 구두(口頭) 생활을 대체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인터넷은 구두 생활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중에서도 짧고 신변잡기를 이야기하는 등 전형적인 서비스가 트위터"라고 말했다. 그는 법을 해석할 때도 우리 생활에서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위상에 맞게 해석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무리하게 모욕죄, 명예훼손, 선거법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교수도 "트위터는 개인이 개인에게 전화를 거는 '통신'이 원형이라고 봐야 한다"며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와는 다른 성격"이라고 봤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트윗은 공공의 영역에서 사적 개인의 의견이 교환되는 자리로 봐야 한다"며 "순전히 개인 간의 소통이라 보기도, 규제해야 하는 매스미디어의 속성으로 보기에도 무리"라고 말했다.

"이유 없는 사후 규제…불순한 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러나 트위터의 성격과 별개로 임옥상 화백 등의 투표 참여 독려 캠페인을 위법하다고 본 선관위의 판단 자체가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선관위의 규제 방침이 뒤늦게 나온 것 등을 들어 '시민들에게 겁을 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강욱 변호사는 "선관위는 본래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현장에서 바로 개입해서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다"며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임옥상 화백이 선거 참여 독려 캠페인을 한 것을 두고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사후적으로 규제하고 나섰다. 분명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준호 유권자희망연대 운영위원장은 "4대강 등 선거 쟁점 사안에 찬반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에게 선관위에서 직원을 보내고 경고장을 발부하지만 이후 사법 처리된 사람은 거의 없다"며 "선관위 자체의 주관적인 규제기 때문이고 결국 선관위가 유권자를 겁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중예술인, 대중 연예인들이 선거 참여 캠페인에 자율적으로 헌신했고 결국 20,30대 투표율이 10%포인트 이상 올라가는 놀라운 결과로 드러났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는 현 여당에 불리했고 선관위나 그 배후의 이들은 이른바 소셜 테이너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금품 제공이 문제였다" vs "공정 선거에 위배됐나"

이러한 지적에 온라인 생중계로 이날 토론회를 지켜보던 선관위의 김범진 서기관이 전화로 자신의 의견을 밝혀 이날 토론회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김범진 서기관은 "선관위는 트위터를 통한 투표 참여 운동 자체가 아니라 일정한 재산적 이익과 결부시키고 특정 계층에 대해서만 운동을 한 것을 문제삼았다"며 "원래 공직선거법 상 투표를 하게 할 목적으로 재산적 이익을 주는 경우 처벌에 처하도록 되어있다"고 반박했다.

김 서기관은 "이런 식이라면 다른 정치적 입장에 있는 이들이 재산적 이익을 제공하면서 60, 70대 만을 대상으로 해서 투표 참여운동을 한다면 막을 수 없다"며 "각기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강욱 변호사는 "한마디로 '공정한 선거에 반하는 것이냐'를 따지면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며 "투표를 독려하는 사람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다며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인가. 사실 투표 독려 운동이 벌어질 당시 바로 제재하지 않은 것을 보면 선관위도 이러한 판단에 애매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변호사는 "만약 명백하지 않고 애매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투표 독려 캠페인을 어떻게 하면 공적으로 더 확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맞지, '너희들은 하지마, 한번 더하면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은 중립성을 표방하는 독립기관이 할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도 "표현을 달리하자면 임옥상 화백의 활동은 투표 취약 집단에 대한 보완"이라며 "노인, 장애인의 투표 취약의 문제를 보강해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처럼 투표 취약 집단이 된 20대에게 그 권리를 극대화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보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트위터가 발전된다는 것만으로는…중요한 것은 시민 역량"

논의는 다시 트위터로 돌아갔다. 김민웅 교수는 "현실에서는 온라인에서든 모든 광장은 동원과 혁명의 가능성을 동시에 갖는다. 권력은 동원의 현장을 원하고 시민은 혁명의 현장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면서 "그런데 트위터는 동원의 가능성을 가질 수 없다. 이것은 트위터의 중요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위터의 주도권은 누가 더 많이 지저귀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추격자'는 따돌리고 추종자를 늘리는게 트위터 광장의 혁명이다. 최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의 사건을 봐도 소리가 나지 않는 것 같으나 트위터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고 있는 것이고 이런 소리가 추가 될때마다 세상은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교수는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 때 "1번을 찍읍시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던 것에 빗대 "미디어와 네트워크만을 보면 어떤 콘텐츠가 들어가도 똑같은 효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하지만 망의 성격과 콘텐츠 내용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며 "트위터가 발달된다는 것만 가지고 막연하게 기술 결정론적으로 희망을 가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메시지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정치, 문화가 발전될 수도 있고 퇴보시킬 수도 있다"며 "꼭 유념해야 한다, 트위터나 미디어를 이야기할 때 시민들의 역량과 수준, 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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