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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숨겨진 이면을 들어내다, 뮤지컬 '서편제'의 배우 차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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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숨겨진 이면을 들어내다, 뮤지컬 '서편제'의 배우 차지연

[人 스테이지]<158>'서편제'는 모두의 도전이죠"

서구적인 몸매,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뮤지컬계의 디바, 배우 차지연이 내면의 잠재된 한국적인 느낌을 부각시켜 뮤지컬 '서편제'로 돌아왔다. 그동안 그녀는 자욱한 안개 속의 생명이 있음을 암시하는 밝은 불빛처럼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화장기 없는 본연의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 ⓒNewstage

"처음 이지나 연출님께서 소리의 비중이 노래보다 적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막상 연습을 하고보니 소리는 많고 노래가 적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자람, 민은경씨는 뮤지컬 배우인 저와 달리 20년 넘게 소리를 공부했던 전문가잖아요. 그래서 겁이 많이 났죠. 하지만 제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판소리와 뮤지컬 노래가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발성 부분은 길 자체가 다르지만 음악의 본질, 감정은 다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마음먹고 지금까지 공연을 하고 있지만 한회, 한회를 거듭될수록 더욱 편안하고 지금의 제 마음이 많이 달라졌어요." 배우 차지연은 뮤지컬 '서편제'의 공연을 마치고 나면 때 묻고 더러워졌던 영혼이 깨끗하게 닦아져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만큼 그녀에게 이 작품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전작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선물 같은 작품이라면, 이번 작품은 연기 인생에 특별한 작품이라고.

송화를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 차지연에게 송화의 느낌이 묻어난다. 그녀의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졌다. "요즘 따라 성숙하고 깊이 있어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간혹 어른 흉내 낸다는 지인들도 있고요. 그동안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과다 표출하는 노래와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런 제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한 순간에 정반대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송화가 되기 위해 노력도 했고 자연스레 송화가 됐어요. 공연 초반 공연 상황을 느끼려고 했고 조바심이 있었다면, 지금 저의 송화는 비워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 ⓒNewstage
뮤지컬 '서편제'에서 노 메이크업으로 공연하는 그녀는 자신의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여배우가 노 메이크업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이 치명적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제 본 모습을 낱낱이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공연 중 감정적으로 변화가 왔을때 얼굴에 고스란히 들어나는 부분이 작품과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정서의 교감을 느낄 있었죠."

데뷔 이래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꾸준히 무대에 올랐던 그녀의 원래 꿈은 뮤지컬 배우가 아닌 가수였다. 노래를 사랑하고 노래 없인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배우 차지연은 소리를 끝까지 포기 않는 초인적 예술가인 송화와 닮았다. "2006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면서 오히려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왔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수의 꿈은 접을 줄 알고 있었죠.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것이 아니었어요. 어느 날 문득 '내가 노래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노래 없이는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어찌 보면 극 중 송화는 '지독하게 소리를 할거야'가 아니라 삶 자체가 소리이고 그것을 당연스레 받아들였기 때문에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인물인 것 같아요. 송화에 비해 그 깊이는 부족하겠지만 음악에 대한 열망의 크기가 비슷하지 않나 싶네요."

국악과 뮤지컬 배우 차지연의 만남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외조부는 판소리 고법(鼓法) 인간문화재 송원 박오용 선생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릴 적 외조부 공연 때 북을 직접 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판소리는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소리를 듣고 익히고 기술적으로 표현해 내는 부분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빨랐던 것 같아요. 약 10년 전 북을 치라고 했을 때만해도 아무런 감정 없이 시키니까 쳤어요. 지금껏 판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렸던 것은 없었는데 '서편제'에서 만난 판소리는 달랐어요. 심금을 울린다고나 할까요? 사람들의 감성을 만져 줄 수 있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야하고 배우면 더욱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점점 잃어간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요."

▲ ⓒNewstage
배우 차지연은 관객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있는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우가 편한 것이 아니라 관객이 편안한 공연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이 작품을 위해 많은 분들이 최선을 다했어요. 배우는 무대 위에서 사명감을 갖고 공연해야 하고 관객 분들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접하셨으면 해요.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격려해주신다면 작품에 흠뻑 젖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서편제'는 우리의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노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그녀가 뮤지컬 뿐 아니라 연극 작품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이 자리까지 배우 차지연을 이끌어 줬던 노래가 빠진 무대에서 자신이 견딜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부분을 비워버린 나머지를 가지고 많은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잘 해낼 수 있을지 도전하고 싶어요. 남들은 사서 고생한다고 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하. 도전하는 건 두렵지 않아요. 경험을 통해 쌓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잖아요. 처음에는 힘들지라도 마지막은 잘 적응해서 웃고 있을 거예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고 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차지연은 훗날 관객들이 여배우를 떠올렸을 때, 자신의 이름이 지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오늘도 무대 위에서 열정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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