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의지를 밝힌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해 한나라당에서도 이견이 속출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2일 "(민영 미디어렙 도입안에) 종교방송이 오해할 만한 내용이 있다"며 "종교 방송을 퇴출하는 형식으로는 문제를 만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안형환 의원도 민영 미디어렙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약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이 도태될 위기에 놓인다면 민영 미디어렙 도입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따라 광고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종교방송, 특수방송, 지역방송들은 광고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방송 광고가 거대 방송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활자 매체도 그 영향을 받아 광고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례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2009년 12월까지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가 "그때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국회 문방위 소속 한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지금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라며 "효과분석과 관련된 통계 자료나 추정치도 갖고 있지 않고 연구 용역이나 전문가들 의견을 구하는 공청회 등도 준비가 전혀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사안이지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방송이 반발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정부 준비가 근본적으로 돼있지 않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또 한나라당 방송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의원이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설사 정병국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다른 의원들이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시기가 문제일 뿐?
이로 인해 정부와 여당은 당초 이날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포함한 공기업 선진화 3차 방안을 논의키로 했으나 연기했다. 이날 오전 당정협의에서는 종합부동산세와 관련된 논의만 이뤄졌다.
하지만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시기가 문제일 뿐 정부의 의지는 여전하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 당정협의 연기는 종교방송 등의 반발 때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4일 확정짓겠다던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안이 늦춰진 것에 대해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은 19일 "민영미디어렙의 큰 골격을 어떻게 할지 기획재정부와 문광부, 방통위의 입장이 다른데, 한 부처의 입장이 불쑥 나오면 확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그는 "다음 주에 큰 골격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나라당 역시 민영 미디어렙 도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정병국 의원은 방송광고공사가 전두환 정권 시절 도입된 점을 지적하며 "군사독재시스템에 길들여져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 역시 "(종교방송 등이)지금 너무 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종교방송 등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BS, 불교방송,평화방송, 원음방송,극동방송 등 5개 방송사는 이날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해 한나라당을 규탄키로 하는 등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언론인 시국선언 추진위원회'도 이날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영 미디어렙 도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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