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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허무와 고독에 날개를 달아라! 연극 '오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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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허무와 고독에 날개를 달아라! 연극 '오감도'

[공연리뷰&프리뷰]<104>

올해가 이상 탄생 100년이 되는 해다. 그는 죽었지만 영혼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예술가들은 그에게서 끊임없는 창작의 영감을 얻는다. 평생을 불우하고 고독하게 살았던 한 인간을 우리는 한 세기가 지나도록 놓아주지 못한다. 이미 무수한 영화와 책 그리고 연극이 짧은 생을 마감한 그를 향해 애정과 위로를 보냈다. 그가 살았던 삶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그에 대한 찬사는 더욱 격렬해진다. 연극 '오감도' 역시 그런 의미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 ⓒNewstage

- 이상을 통해 본 21세기 예술가

'극단오늘'의 배우들과 위성신 연출이 함께 만든 연극 '오감도'는 무대부터가 이상(李箱)을 닮아있다. 아무 의미 없는 숫자들의 배열, 전깃줄, 의미를 알 수 없는 세 개의 등퇴장로 등 형이상학적인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공연을 자주 접한 관객들이라도 소극장에 들어섰을 때 첫 느낌은 불편함, 혹은 부담감일 수 있다.

이 작품은 현대를 배경으로 이상의 작품들을 절묘하게 교차시켰다. '나가요'가 된 금홍, 휴대폰을 구입하는 이상 등 과거의 예술가를 21세기 대한민국에 새롭게 환생시켰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는 네 명의 코러스는 이상의 분열적 자아를 나타낸다. 그들은 이상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힌다. '정말 그렇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은 참을 수 없는 허무와 분열에 시달린다. 연극 '오감도'는 이런 시인의 정서가 극 전체를 아우른다. 짙고 무겁다. 이상을 연기하는 주연배우는 섬세하고 집중력 있는 심리묘사로 안정감을 준다.

평소 난해하고 '이상(異常)'한 시인으로 유명한 이상은 남들과 좀 달랐다. 이 때문에 그는 평생을 외로운 허무주의에 빠져 살았다. 시대가 바뀌고 원고지에서 워드프로그램으로 글쓰기의 '도구'가 바뀌는 사이, 예술가들이 느끼는 본질적인 고독과 외로움은 그다지 '개선'된 것 같지 않다. 연극 '오감도'는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이상을 통해 투영해낸다. 천부적인 재능을 부여받았지만 가혹한 운명은 늘 그들을 따라다닌다.

- 연출가 위성신의 실험극

연극 '오감도'는 지금까지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늙은 부부 이야기', '락시터', '염쟁이 유씨' 등 대중적인 작품을 주로 선보였던 연출가 위성신의 첫 실험극이다. 로맨틱코미디가 범람하는 대학로에 이 작품은 보기 드물게 진지함을 추구한다. 소재 자체가 '웃음'기를 쫙 빼고 있지만 1시간 4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실존했던 위대한 예술가의 삶이 갖고 있는 '힘'은 대본의 구성과 짜임새를 만나 더 큰 시너지효과를 일으킨다.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 역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진짜 그렇게 살았던 시인 이상의 삶에 대한 진정성이다. 한편 극 자체가 가진 무게감은 경쾌한 탱고 음악으로 인해 상생한다. 남미 탱고가 지닌 한과 밝음의 경계가 이 작품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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