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에 앞서 '생명의 강 살리기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준비 모임'이 <프레시안>에 시국선언의 동참을 촉구하는 두 편의 글을 보내왔다.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실질적인 대운하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일부 토건 자본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퍼붓기 위해 자연의 순리를 파괴하는 반생태적, 반사회적, 반역사적 '강 죽이기 사업'"이라며 "이에 그간 강과 자연에 빚지고 살아왔던, 이 사회의 참다운 민주주의와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생을 꿈꾸는 우리 사회 전체 문화예술인들의 시국선언 동참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국선언의 동참을 촉구하며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공주대 교수)과 정지영 영화감독이 작성한 두 편의 글이다. <편집자>
ⓒ노순택 |
나는 강이다
생명의 강 살리기 문화예술인 1550인 시국선언을 맞아
-김정헌(화가, 공주대 교수)
나는 강이다.
바람소리와 숲과 들풀들의 속삭임, 새소리를 들으며 흘러가는, 나는 강이다.
계곡 사이로 바위를 만나고 낙엽을 등에 지고 폭포에서 쏟아져 내려도 쉴 새 없이 흘러가는, 나는 강이다.
은빛 모래톱 위에서 물장구치는 어린아이의 겨드랑이 사이로 흘러가는, 나는 강이다.
천년만년 우리들이 목욕재계시킨 귀여운 자갈돌을 간지리며 흘러가는, 나는 강이다.
그 사이사이 난 수초들 사이에서 사랑을 하고 있는 붕어, 갈겨니, 쉬리, 꺽지, 버들치들을 품고 흘러가는, 나는 강이다.
시인들이 모래톱에 앉아 그가 지은 시로 조용하게 노래하는 걸 듣기 좋아 하는, 나는 강이다.
화가들이 물감을 풀어 산들 사이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나의 초상을 그리는 걸 좋아 하는, 나는 강이다.
은 모래톱 위에서 맨발의 춤꾼들이 머리에 들꽃을 꼽고 나비와 함께 나풀나풀 추는 춤을 좋아하는, 나는 강이다.
이런 나를 건드리지 마라.
나를 콘크리트 수조에 가두지 마라.
콘크리트 수조 안에서는 더 이상 어떤 시적 상상력과 시각적 창조력이 생길 수가 없다. 그 위에서는 더 이상 허공을 가르는 춤꾼의 신명은 없다.
내가 더 이상 흐르지 않으면 나의 친구들은 다들 나를 떠날 것이다.
나는 굽이굽이 흘러야한다.
이것은 하늘과 맺은 나의 약속이다.
나를 흐르도록 가만히 내버려 둬라.
온 세상의 젖줄인 나를 두부모 자르듯이 칼질을 하지마라.
나는, 맨 처음 내가 태어나 수없이 만나는 모든 생명체들과 같이 바다로 흘러, 흘러가야한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다.
나의 운명에 함부로 삽질을 하지 마라.
천벌을 받는다.
ⓒ이상엽 |
생의 원본을 돌려다오
-정지영(영화감독)
말랑말랑한
부드럽고 유연한 출렁이는
어머니의 젖통에 코 박고 자던 그리움
어둔 밤 악몽에서 깨어나
소리쳐 울면
문득 꼭지가 입에 물리고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는
흠뻑 내 성장의 자양분을 만끽하던 그리움
빨리 성장하고픈 어린 본능에
아무리 힘껏 빨아도
결코 마를 줄 모르던
울 어머니의 젖
나는 울 어머니가 유방 성형 수술하는 게 싫다
어머니의 유방은 나의 젖줄이기 때문이다
나는 4대강의 성형 수술이 싫다
4대강은 우리 국토의 젖줄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젖통은
부드럽고 유연한 출렁이는 젖통이어야 한다.
우리의 강은
부드럽고 유연한 출렁이는 강이어야 한다.
ⓒ최항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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