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연극은 코이소 가(家)의 연례행사 '나가시 소멘(そうめん流し-흐르는 물에 국수를 띄워먹는 일본전통 풍습)' 준비가 한창인 어느 날, 장녀 아유미의 남자친구 켄야가 불쑥 방문하며 시작된다. 기무라 켄야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핸섬함과 단단함은 없다. 젊었을 적의 모습이야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아유미와의 나이차이가 40이라는 것. 동생이 먼저 놀라고 아버지가 기겁하지만 상황을 모르는 '노인네' 켄야는 기분이 그럭저럭 괜찮다. 여기에 아버지의 이발소 종업원 하지메, 켄야의 아들 겐야까지 등장하며 점점 꼬여간다. 우선 한 숨부터 돌리고 대충 읊어보자면 이렇다. 처음에 아버지가 그랬듯 어머니 역시 켄야를 딸의 연인이 아닌 그의 아버지, 그러니까 사돈이 될 상대라 판단한다. 이어 느닷없이 등장한 켄야의 아들 겐야를 딸의 남자친구로 (당연히)착각한다. 궁금해 찾아온 겐야는 아유미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재혼상대라 오해, 그 과정에서 멀쩡한 아유미의 아버지는 옆집 아저씨와 국수집 사장을 넘어 게이가 되는 지경까지 이른다. 아유미가 부르는 켄야의 애칭 케니는 있지도 않은 고양이가 되고 아유미의 동생 후지미는 그 고양이를 찾겠다고 뛰쳐나가며 종업원 하지메는 사시가 되는 등등, 배배 꼬인 거짓과 사실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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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가득한 이 연극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악의 없는 거짓말이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인간을 웃게 만드는 인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잠옷차림의 아버지와 어눌한 종업원, 콧구멍에 땅콩을 넣고 멀리 보내기가 취미이자 장기인 막내딸, 듣기만 해도 정겨운 삐삐의 진동 소리에 온 몸으로 반응하는 겐야 등 이들은 독특해 보일뿐, 실은 매우 소소하며 누구하나 억지스럽지 않다. 이 평범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기막힌 상황은 리얼리티 여부와 관계없이 '있을법한 일'로 가정되며 관객을 무장해제 시킨다. 인물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타이밍은 재빠르다. 혼란의 상황 속에서도 제 위치를 잊지 않는 배우들은 '리듬'보다 애교 섞인 '비트'에 가까운 호흡을 자랑한다. 여기에 세상 종말까지 언급되기에 마땅한 영원할 주제 사랑이 남의 눈에 보이든 말든 꿋꿋이 자리해 재미와 주제에 대한 균형을 이룬다. 웃기는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무작정 웃음으로만 기울지 않는다.
극이 끝나긴 해야 하니 사건이 해결되는 듯 보이는 화해의 지점이 다가온다. 관객은 탄력적으로 반응하던 몸과 마음의 줄을 슬며시 놓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연극은 관객의 방심을 허락지 않는다. 마지막, 느슨해진 줄을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연극은 마지막까지 작지만 강한 펀치를 날린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능수능란한 이해제와 미타니 코키가 연극만큼이나 귀여운 반전을 준비해 놓은 것.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더 우쵸우텐 호텔', '매직 아워' 등으로 굳건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미타니 코키는 연극 '웃음의 대학'으로 이미 한국 관객들을 한 방 먹인 바 있다. 그의 주먹에 힘을 실어줬던 연출가 이해제가 다시 만나니 이토록 유쾌하고 시원하며 깔끔한 사랑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그들이 극중 실제로 먹는 국수 맛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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