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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문화' 구상하는 '향연'같은 포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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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문화' 구상하는 '향연'같은 포럼으로"

20일,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2006> 개막

나흘간 진행되는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2006>이 20일 개막식과 함께 그 시작을 알렸다. '생명사상과 전 지구적 살림운동'이라는 주제로 20~23일 나흘간 경기도 일산의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진행되는 이번 포럼은 와다 하루키(도쿄대 명예교수), 엔리케 듀셀(멕시코국립대 철학과 교수) 등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학자들과 시민운동가들이 참가했다.

공연과 학술회의가 어울어진 포럼

20일 개막식에서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환영사,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격려사와 함께 박이문 교수(연세대학교 특별초빙교수)의 시낭송 및 주제공연이 진행됐다.

'신시굿-장바닥에 비단 깔릴 때'라는 제목의 주제공연은 이번 포럼이 학술회의와 더불어 문화행사가 함께하는 '향연' 성격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나흘간의 포럼 일정에는 주제공연 이외에도 학술행사 사이사이의 소규모 공연들이 계획되어 있다.
▲ 주제공연 '신시굿-장바닥에 비단 깔릴 때' 공연 모습

탈춤과 풍물, 그리고 전통춤이 어우러진 '신시굿' 공연에서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다양한 동작으로 다루어졌으며 공연의 끝 무렵에는 민중과 고 효순, 미선 양을 상징하는 인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김지하 시인이 대본을 작성한 이번 공연의 내용은 "앞으로 구체적인 대중적 실천의 방향으로 포럼 활동을 펴나가겠다"고 밝힌 그의 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이기적인 기술문명'을 '생명문화'로 바꾸자"

이어 20일 오후에 진행된 '여는마당'에서는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문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주제 아래 기조강연 및 세계 각국 학자들의 의견 제시가 이어졌다.

기조강연을 맡은 에르빈 라즐로 헝가리 부다페스트클럽 레이 재단 국제대학 총장은 "현재 지구적 위기를 촉발하는 요인인 '이기적인 기술문명'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의 전환부터 시작되는 생명문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라즐로 총장은 "'테러와의 전쟁'이 바로 잘못을 만들어낸 것과 똑같은 수단과 방법으로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대표적인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생명문화의 채택은 가치관, 윤리학, 그리고 세계관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세계의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즐로 총장이 이어 새로운 생명문화의 모델로서 이번 포럼의 주제이기도 한 풍류(대안문화), 신시(대안경제), 화백(대안정치)을 제시했다. '풍류'란 생명과의 유기적 개념을 이해함으로써 무자비한 다툼 대신 가치관을 공유하며 협동하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신시'란 높은 물질적 생활수준이 반드시 질 좋은 삶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 경제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명제에 근거하게 하는 새로운 생명경제를 의미한다. '화백'이란 지역적으로는 자율적으로, 전체적으로는 조율된 정치적 제도에 의한 생명정치를 뜻한다.

그는 특히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자신들의 문화를 생명문화로 바꾸어내는 도전에서는 가장 인구가 밀집한 중국과 인도가 그 상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0개씩 먹던 빵을 5개로 만족할 수 있는 철학을 고민하는 자리"
▲ 20일, <세계생명문화포럼> '여는마당'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

기조발언에 이어 발언을 맡은 코로스 V.G(러시아 IMEMO재단 현대화와 개발센터 감독)는 "세계화는 일방통행로와 매우 비슷해 보인다. 다른 문명권의 사람들은 서구적인 가치,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적인 가치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받고 있다. 서구 사회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압력 혹은 종종 군사적 압력을 가해서 '신자유 세계질서'의 틀 안에 모든 사람을 '통합'하려고 노력한다"며 라즐로 총장의 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화의 현실을 비판했다.

에드워드 트리야켄 교수(미국 듀크대) 또한 북아메리카의 시선을 대표하는 발언을 통해 "동아시아에는 개발과 문화적 창조성을 가능하게 하고, 전통의 지혜를 살려 '새로운 서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에 대한 이해와 구체적인 실천 모색이 '전 지구적 살림운동'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개번 맥코맥 교수(호주 국립대)는 북한을 대하는 미국과 한국의 예를 통해 '생명문화' 확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폭력, 패권주의, 시장 원리주의로 대변되는 구세계의 패러다임에 기인한 미국식 적대감에 비해 2000년 이후 한국은 햇볕정책을 통해 '생명문화'의 참신성과 독창성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맥코맥 교수는 이어 "두 가지 패러다임 중에서 통하는 것은 '위협이 아닌 대화'였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이처럼 중요한 '세계 생명문화'는 혼자 받아들이기에 벅찬 개념인지라 한국은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언은 박영숙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가 한국의 시선을 맡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 포럼의 가장 중요한 의의가 "지구 환경보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가장 중시하고 있는 생활양식의 변화를 위한 신문명 논의"라고 규정하면서 "쉽게 말해서 지금까지 10개씩 먹던 빵을 5개로 만족할 수 있는 정신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 다른 말로는 욕망 억제의 철학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이 포럼의 과제라고 제시했다.

23일 '생명평화 메시지' 발표 예정

이외에도 '여는마당'에서는 오귀스텡 베르크(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아마레스워 갈라(호주 국립대 교수), 엔리케 듀셀(멕시코국립대 철학과 교수), 청중잉(하와이대 교수), 찜짱(베트남 시인협회 부주석), 와다 하루키(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M. J. 마상고(남아공 프리토리아대 교수)의 발언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현재 세계가 지속불가능성이 한계에 도달해 위기에 처했다는 점과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 했다.

'여는마당'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한 참가자들은 21~22일 이틀간 생명사상, 생명문화, 생명정치, 생명경제의 각론으로 나뉘어 토론을 진행하게 된다. 23일 폐막식에서는 참가자들의 토론을 통해 나온 내용들을 종합한 '생명평화 메시지'가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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