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배우 윤석화가 연출을 맡은 연극 '나는 너다'는 안중근의 이야기라는 '당연한 감동'의 서사 뒤에 숨지 않았다. 이 연극은 놀라우리만치 정직하다. 단 한 순간도 곁길로 빠지지 않으며 묵직한 신념을 일괄되게 전한다. 그가 왜 위대한가를 충실히 그려내는 과정이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질지는 모르나 자극 대신 울림을 선택한 연극의 정직함은 오히려 불필요한 곁가지를 제거, 극을 단단하게 묶었다. 황량한 무대는 그 우직함에 무게를 더한다. 몇 개의 장치와 소품으로만 이뤄진 연극은 당시 상황의 참혹함과 긴박함을 묘사할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외롭고 삭막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이 무대를 채운다. 신념과 환희, 절망과 좌절의 패배감이 빈틈을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의 조화에는 바로 보나 모로 보나 유난히도 '열심'이 묻어난 배우들이 있다.
안중근이 된 배우 송일국은 자부심에 차 있다. 눈빛은 인자하며 동시에 매섭다. 1인 2역으로 안중근과 안준생이 된 송일국에게서는 인물들에 대한 동경과 이해, 연민이 묻어난다. 더 이상의 수식을 거부하는 배우 박정자는 그녀가 이뤄낸 명성을 배반하지 않았고, 배우 배혜선 역시 슬프나 냉정해져야 하는 여인의 아픔을 흔하디흔한 오열 한 번 없이 표현해냈다. 잠깐의 영상으로만 등장해 그 존재감을 확인시킨 강신일과 송영창, 그 외 앙상블 등 모두가 하나의 목적 아래 이름 없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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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고 묻는 아들에게 안중근은 '너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대체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누구인가, 묻는 안준생에게 '나는 너다'라고 대답한다. 이 작품은 안준생에 대한 섣부른 정의 대신 이와 같은 새로운 해결점을 찾았다. 다만 영웅과 그의 아들에 대한 구체적 만남을 시도하려는 의도는 신선하나 안중근과 안준생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독립된 사건으로 비춰진다는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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