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택 한글학회 회장은 22일 정오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사죄의 절'을 했다. 그 옆에서 오동춘 한글학회 이사가 '대통령께 드리는 청원문'을 읽었다. 이들의 뒤엔 "세종대왕 동상 뒤에 한자 현판이 웬 말이냐"라고 쓰인 현수막이 펼쳐졌다.
이들은 "새로짓는 광화문 현판은 세종대왕의 뜻을 받들어 훈민정음체로 해야 한다"면서 "세종대왕의 뜻이 살아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얼굴인 세종로에 한자 현판은 어울리지도 않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종택 회장은 "광화문을 다시 짓는 것은 옛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 뿐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의 문화재를 창조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옛 서체를 '짜깁기'로 만드는 것은 이 시대의 문화재가 아니라 모조품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문화재청은 현재 복원 공사 중인 광화문의 현판을 1865년 경복궁 중건 당시 무관 임태영이 썼던 해서체 현판 글씨로 디지털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를 통해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도쿄대에 소장된 1900년대 유리 원판을 바탕으로 글씨체를 디지털 복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光化門(광화문)'이라는 한자로 복원되는 나무현판을 거는 제막식은 오는 8월 15일 열릴 광화문 복원 기념 행사의 핵심이 될 예정이다. 2007년 해체공사 때 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다.
▲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이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광화문에는 한글 현판이 달려야 한다고 촉구하며 절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채은하) |
앞서 한글학회, 한말글문화협회, 국어순화추진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 한글단체들도 지난 5일 함께 낸 성명에서 "21세기 한글 시대에 여러 사람이 짜깁기 하여 만든 한자 현판은 문화재로나 역사성으로나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글은 경복궁 안에서 세종대왕이 만들었으며 광화문이라는 이름도 세종대왕이 지었다"면서 "한글 현판은 훌륭한 한글 창제의 정신을 보여주는 표시로 천마디 말보다 상징성과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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