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 결과 직원들이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들을 조직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자료 복구 여부가 주목된다. 복구 여부에 따라 범죄 혐의의 경중과 범위는 결정되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민간인 사찰 진상도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지원관실과 직원들 자택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사찰 내역과 보고서 등을 분석하고 있는데, 상당한 분량의 자료가 복구되지 않아 1주일 넘게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료 삭제 과정에서 '전문가의 손'이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과거 대선자금 수사와 각종 기업 비리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복구' 실력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여의치 않다는 것. 단순한 자료 삭제나 포맷을 했을 경우 복구가 가능하지만 '덧씌우기' 등의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증거인멸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하나, 자료 복구에 실패할 경우 민간인 사찰 의혹 진상을 규명하는데 실패해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총리실 직원들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된 김종익 씨 등의 사례 외에도 훨씬 더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기관이 인지한 것이 2008년이었던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MBC> '피디수첩'이 방송을 통해 김종익 씨에 대한 총리실의 불법행위를 고발한 것이 6월 29일이었는데, 검찰은 총리실의 수사 의뢰를 받은 뒤에야 7월 5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9일 압수수색이 돌입했다. 결과적으로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셈이기 때문에 '초동 수사 미흡' 비판이 제기됐었다.
'스폰서 검사' 의혹에 특검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검찰이 이번 '민간인 사찰' 수사에서는 조금이라도 오명을 벗어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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