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에 민주당 김상현 의원이 선출됐는데, 서울시 교육의원들은 특정 정당 인사가 교육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에 불만을 나타내며 위원장 투표 전 퇴장했다. 이날 투표에 앞서 최홍이 교육의원은 "다수당의 들러리가 될 수 없기에 퇴장한다"며 "교육위원장 선출 방식은 교황선출 방식"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최홍이 의원은 "교육상임위원회에서 교육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함에도 교육위원 중 위원장을 내정하지 않고 특정 정당에서 위원장을 내정했다"며 "지나가는 초등학생도 이게 다수당의 횡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하며 곧바로 퇴장했다. 교육위원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서울시 교육의원들은 '등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교육위 자체가 파행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에도 박상혁 민주당 시의원이 선출됐는데, 경기도 교육의원들은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교육위원장 선출을 연기하거나 정회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투표가 강행됐고 교육위원 7명 전원은 투표를 거부하고 의장석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북도 의회도 교육위원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과 교육의원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 서울시의회. ⓒ연합뉴스 |
"정당인이 교육위원장을 맡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이와 같은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당초 시도 교육청 산하 교육위원회가 시도의회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지방교육자치법이 통과되면서 6월 지방선거에서는 '교육의원'이 투표에 의해 선출됐다.
이는 교육청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이중으로 운영돼 정책 심의 낭비가 이뤄지고, 교육위의 결정이 의회에서 뒤집어지는 혼선이 발생해 교육 정책 결정을 일원화 하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따라서 의회 교육위원회가 과거 시도교육청 교육위의 권한과 기능을 흡수한 셈이어서 이번에 선출된 '교육의원'들은 교육위원회가 교육의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홍이 교육의원은 <프레시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0~30년 넘게 교육을 담당해온 교육의원들을 무시하고 다수당에서는 자신들의 의도대로 위원장 선출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는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홍이 교육의원은 "교육위원장은 전문 교육자가 맡는 게 맞다"며 "정당인이 위원장을 맡는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육의원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당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어색한 동거'의 원인이기도 하다. 시도의회가 '정당 정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교육의원은 표면적으로는 정당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입장이다.
산적학 교육 이슈를 이끌기 위한 각축전
민주당이 교육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위원회에 강하게 집착하는 것은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민감한 현안 정책 추진과 관련해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교육상임위는 교육 관련 현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약 6조 원의 예산을 다루는 곳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된 공약인 무상급식을 비롯해 자율형 사립고, 혁신고 문제 등을 다룬다. 또한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준비 중에 있는 '학생인권 조례안'에 대한 심의·의결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제7대 경기도시의회에서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한 무상급식과 관련된 예산을 교육상임위원회에서 삭감, 무상급식 정책 자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여기서 교육위원장은 주요 안건을 상정하거나 종결 처리하는 사회권을 지녀 막강한 자리로 평가되고 있다.
김명수 민주당 서울시의회 원내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시민이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상급식 등 산적해 있는 수많은 교육 이슈들에서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이러한 교육 이슈들은 공청회나 토론을 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서울교육청에서 돈이 많다면 교육청 재정으로 무상급식 등을 하면 되지만 현재 1조2000억 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나머지는 서울시에서 지원해주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결국 우리가 내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서울시에서 예산을 만들어 무상급식 등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교육의원들은 그런 예산을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한 인사는 "지금 정치구조에서 교육과 복지, 의료 등 서민과 연결된 정책들이 가장 큰 핵심"이라며 "특히 교육의 경우 급식, 학력 향상 이슈 등이 워낙 덩치가 크고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시의회의 교육위원회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 인사는 "이번 시의회가 시의원과 교육위원들에게는 정치적 평가를 받는 무대인 만큼 좀 더 자신들에게 유리한 위치에서 일을 진행하고자 이렇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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