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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없는 말들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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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없는 말들을 꿈꾼다

[기고] KBS 공영언론 사수를 위하여

오랫동안 나는 없는 말들을 꿈꾼다
- KBS 공영언론 사수를 위하여

오랫동안 나는
내 글이 글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읽히기를 소망했다
글읽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어, 이건 나도 쓰겠네
자신감을 주는
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나는
내 글이 거리에서 읽혀지기를 바랬다
너무 예민해 쉽게 상처받는 골방의 글이 아니라
너무 고상해 좋은 탁자와 조명이 필요한 글이 아니라
리어카꾼의 바퀴처럼 막 굴려도 되는 글
기름때 절은 장갑처럼 함부로 쓰여도 좋은 글
시장 좌판에서 듬뿍듬뿍 주는 덤과 같은 글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나는 그런,
내 글이 꽃이 아닌 무기가 되기를 바랬다
너절한 화해와 굴종의 말이 아닌
저항과 해방의 송곳이 되기를 바랬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전선의 바리케이트
양심의 밥, 정의의 혀가 되기를 바랬다
편파적인 중립과 객관을 넘어
반전평화 반자본의 주관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를 바랬다

KBS가 MBC가 YTN이
그런 말들을 담는 방송이 되기를 바랬다
최소한의 형평과 양심이 지켜지는 방송
다수 민중의 편이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독재자의 거실에 갇힌 앵무새
거짓의 나팔만은 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바램은 쉽게 무너졌다
새로운 독재자의 하수인들이 언론 장악에 나서고 있다
이것은 전쟁이다
민중을 향한, 없는 자들을 향한,
곧은 말과 행동을 지키고자하는 이들을 향한
작전의 개시, 더러운 도전이다
1980년에 대한 도발이다
1987년에 대한 음해다
2008년 광화문 촛불들을 향한 전방위적 학살이다 수많은 용산 철거민에게로 향한 선전포고다 천년의 강마저 1자로 줄세우며 몰려오는 반국가 반사회 반민중세력의
총체적인 총체적인 반격이다

그러니 일어서라
가진 게 없는 자들이여
양심의 촛불을 끄지 못해 온밤내 흔들리는 영혼들이여
민주주의가 학살당하고 있다
거리와 광장이 닫히고
자유의 입에 재갈이 물리고 있다
나의 평화가 나의 표현이
먹구름 낀 하늘처럼 닫혀가고 있다

서서히 서서히
너무도 음산하게 계획적으로
독재와 압제가 부활하고 있다
수구가 보수가 부활하고 있다
병든 마음들이 밝은 마음들을
검은 제복들이 다양한 색을
하나의 입이 수만의 혀를
딱딱하게 죽은 형식들이 생기발랄한 내용들을 짓밟고 있다

궐기하라
시대의 양심들이여! 일어서라
가진 게 없는 자들이여!
지켜야 한다
우리 모두의 혀를
우리 모두의 상상력을
만인의 것을 소수의 것으로 하려는 자들에 맞서
사수하라, KBS를
사수하라, 공영방송을
사수하라,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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