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인터뷰] 사천의 착한 사람, 전방위 예술가 이자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인터뷰] 사천의 착한 사람, 전방위 예술가 이자람

[人 스테이지]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2010'

전방위 예술가 이자람이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2010'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이자람은 이번 공연에서 소리꾼, 작, 작창, 음악감독까지 팔방미인이라는 수식어가 딱 맞을 정도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속이 시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는 다재다능하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보나 아름다운 사람이기도 했다.

▲ ⓒNewstage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2010'은 전통판소리와는 다른 21세기형 판소리다. 21세기에 태어난 판소리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악기들이 캐릭터를 보조하고 내용 자체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원안은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이고 이자람은 이 작품을 통해 "주인공 셴테가 주는 동병상련의 위로"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창녀였던 주인공 셴테는 분식집 주인 뚱녀 순덕으로 바뀌고, 무대양식은 한 사람의 소리꾼과 악사들로 구성됐다. 대한민국 사천이란 도시에 세 신이 찾아와 착한 사람을 찾는다. 그들은 착한 사람을 찾아 도시를 헤매지만 눈에 차게 착한 이는 아무 데도 없다. 마침 붕어빵장수 왕씨가 '사천의 천사'라고 불리는 뚱녀 순덕을 소개시켜준다. 세 신은 착한 순덕의 모습에 감동하여 돈을 주고 떠난다. 순덕은 그 돈으로 분식집을 차리지만 더 이상 착하게 살 수 없는 상황들이 들이닥친다.

- 착하게 살으리랏다?
"우리는 더 이상 착해질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 ⓒNewstage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2010'은 지난 2007년 초연됐다. 판소리에 움직임과 타악을 결합했고, 현대인의 부조리함을 예리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그려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이자람은 소리뿐만 아니라 작품의 각색과 작창, 음악감독으로까지 참여했다. 그녀는 타고난 소리꾼인 듯 했다. "제 생각에 아직은 본능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캐릭터는 자진모리로 말하겠구나, 이 캐릭터는 중모리로 말하겠구나. 그럼 그걸 다시 내용에 가장 맞는 음을 붙이고 그 캐릭터에 맞는 스타일을 붙이고, 악기를 쓰고, 내가 생각했던 리듬이 다를 경우엔 리듬도 바꾸고 그렇게 차근차근 레이어 쌓듯 작업 했어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착한 사람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흔히 '착하게 살아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착한 게 좋은 거다'라거나 '걔 진짜 착하지' 하는 식으로 착하면 좋은 사람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결국에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이자람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 우리는 착하게 살라고 컸는데 정작 착하려면 그만큼의 여유가 있어야 해요. 내가 엠피쓰리 하나를 남한테 주는 건 착한 행위잖아요, 그 논리에 따르자면. 하지만 이 엠피쓰리는 20~30만 원짜리라는 거죠. 이만큼의 여유가 있어야 착해지는 거잖아요. 근데 교육이나 취업이나 우리를 착하게 할 수 없는 이 현실에서, 친구는 붙고 나는 떨어지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착하다는 것은 '그래 니가 잘됐으면 좋겠어, 난 괜찮아' 이거잖아요. 우리가 너무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제가 제일 힘들었던 거고, 고민을 하다가 택한 게 이 '사천의 선인'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에 나오는 세태가 우리와 너무나도 비슷해서 작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니 어떻게 50년 전 독일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고 여전히 세계는 이렇게 더 나빠지고 있나 싶더라고요."

- 국악의 대중화의 바람
"판소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장르가 됐으면 하는 소망은 없어요"


▲ ⓒNewstage
판소리는 여전히 쇼뮤지컬에 비해 비주류의 장르로 인식된다. 판소리는 옛날부터 우리 옆집 이야기였고 우리들의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제대로 접할 기회조차 없어져버렸다. 이자람은 "사실은 전통 판소리도 제대로 된 공연을 직접 보면 되게 재밌거든요. 그런데 볼 기회가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기회가 없으니까 낯설어지고 그래서 볼 의지도 없어지고 그게 또 기회가 줄어드는 일이 되고 악순환인 것 같아요. '사천가'가 그런 의미에서는 대중들이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공연처럼 느껴지긴 하죠. 사실 같은 장른데"라고 말했다.

그녀는 뮤지컬 '서편제'에도 캐스팅됐다. 오는 8월 중순께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소리꾼 이자람과 뮤지컬은 상당히 낯선 조합처럼 느껴진다. 이자람은 "이지나 연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천가'가 더 많은 관객을 만나려면 너가 뮤지컬을 해야 된다고. 현대 시대에 대중들의 기호와 흐름이 '사천가'를 선택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 대중문화 어딘가에 제가 뮤지컬을 선택해서 만약 잘 해낸다면, 저 사람이 하는 '사천가'도 보고 싶다 할 거 아니에요? 뮤지컬을 하게 된 이유는 순수하게 그건 거 같아요. 사실 제가 딱히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구요. (웃음)"

이자람은 예전처럼 판소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장르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없다고 했다. 그녀가 판소리 이외에도 락, 블루스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 누구에게 하나만 좋아하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분명 판소리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판소리를 직접 사람들이 만나보고 그런 기회까지 제가 노력을 하는 거고 그 후의 선택은 본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좋으면 좋아하시고, 취향이 아니면 그냥 보지 마시고 그래요. (웃음)"

마지막으로 이자람은 관객들에게 한 마디 전했다. "그냥 재밌게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 공연이 아니더라도 좋은 공연 많이 보고 좀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는 시원함을 주고 싶어요. 이를테면 내가 착하게 살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건데, 라고 궁금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우리한테도 답은 없어요. 대신 무대 위에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신들아 권력들아 '니네 다 꺼져버려'라고 한바탕 소리치면 관객들이 되게 시원해하시거든요. 저도 시원하고 악사들도 시원하고. 대신 화내주는 시원함, 대신 긁어주는 시원함 이런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자람뿐만 아니라 이승희, 김소진이 번갈아가며 연기하는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2010'은 오는 7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