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상돈 교수(중앙대)가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벌 절차 무시'를 주장하면서 "차기 정권에서 밝혀내야 할 '4대강 게이트' 중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학이 전공인 이상돈 교수는 5일 자신의 홈페이지(www.leesangdon.com)에 올린 칼럼을 통해 "정말로 중요한 부분은 국가재정법과 하천법, 그리고 환경법에 정해진 절차를 생략하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경위이다. 법을 어기라고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그 배후를 조사해야 하고, 책임있는 자에 대해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또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가 이제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다급해진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홍보 부족에 있다고 보고 총력을 다해서 홍보전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또한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종교계, 학계, 시민단체와 토론회를 열 예정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가 공사를 일단 정지하고 진정한 민의를 수렴할 자세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주최한다는 토론이라는 것은 정부가 벌이는 '쇼'에 불과한 것이니 반대하는 측에서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며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부가 이제 무슨 토론을 하자는 것인가? 그야말로 벼룩이 웃을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가재정법 상의 예비타당성 조사 생략, 하천법 상의 규정된 계획변경 절차 미준수, 부실한 사전환경성 검토 및 환경영향평가로 인한 환경정책기본법 및 환경영향평가법 상의 여론수렴 과정 생략, '4대강 마스터 플랜' 수립과정에서의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심의 생략 등을 '법 절차 생략'의 사례로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모래강 함께 걸었으면"
같은 날 운하반대교수모임 집행위원인 이원영 교수(수원대)도 객원칼럼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맹비난했다. 칼럼 제목은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들소 떼'다.
이원영 교수는 "강을 살리는 일의 기본은 과거에 만들어졌던 인공적 상태를 자연적 환경으로 전환하자는 노력"이라며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울산 태화강도 강 한 가운데 설치되어 있던 보를 철거하고 자연상태로 돌려 놓음으로써 강을 살리는데 성공한 사례고, 대통령이 얼마 전에 칭찬한 안산의 시화호도 마찬가지로 해수를 유통시켜 자연상태로 돌려놓음으로써 생태계가 회복된 것이다. 선진국의 강 살리기도 어디까지나 자연의 원래 모습을 다시 찾아주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의) 인공구조물 공사는 상류의 다목적댐이나 식수댐과 달리 본류의 물을 댐처럼 가두고 수심을 유지하려 바닥을 파내는 일이 전부"라며 "멀쩡한 생태습지를 파괴하고 모래를 몽땅 파내는 황당한 일이 4대강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강에는 화강암 산지에서 흘러내려온 모래가 많아서, 어느 강이나 그것의 원래 모습은 백사장이 가득하여 굽이굽이 느긋하게 흐르는 모습이었다"며 "상류에 큰 댐들이 건설되자 모래가 흘러내려 올 수가 없어서 강 본류에선 모래사장이 사라져가고 있다가 다행히 세월이 흘러서 4대강 곳곳에 모래사장과 습지 생태계가 다시 생겨났는데, 이번엔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모래 강을 아예 통째로 들어내려고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고 통탄했다.
그는 특히 "보수 성향의 사회 저명인사들과 얼마 전 4대강 현장답사를 한 적이 있다"면서 "이 분들과 함께 낙동강 상류의 모래 강에 발을 담그고 발목 깊숙이 들어가는 모래 강바닥을 한 발씩 걸으면서 모래의 정수효과를 설명하고 바닥에 보이는 깨알 같은 모래곤충을 보면서 하천생태계를 설명해주었더니 이 분들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체험으로써 이해하게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강 그 자체가 거대한 정수장치이자 생태계의 보고"라며 "필자는 이런 모래강을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면서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설명할 수 있기를 아직도 기대하고 있다"고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또 "당장 (공사를) 중단해도 문제가 없다"며 "물 막는 보(댐)는 해체하되 교각은 살려서 보행교로 활용하면 되고, 바닥 파헤치는 준설은 그것을 그만두면 시간이 걸려도 생태계가 알아서 복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의를 거스르면서까지 강행하려는 정부의 모습은 절벽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들소 떼를 보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말만 믿고 4대강 사업에 올인하는 현 정권의 모습은 앞장서서 달리던 한 마리 들소 때문에 온 무리가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은 들소 떼의 그것이 아닐까"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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