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토고전이 있던 밤, 거리에서 벌어진 일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토고전이 있던 밤, 거리에서 벌어진 일들

"상술은 싫다…그러나 응원은 즐겁다"

13일 토고를 상대로 한국팀이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치르던 밤, 서울시청 앞 광장과 신촌 거리 풍경은 묘한 대조를 이뤘다.

거리 응원을 할 수 없었던 신촌은 경기가 계속된 2시간 내내 쥐죽은 듯 조용했다. 평소 같은 시간대에는 인산인해를 이루던 신촌 골목골목을 채운 것은 상점마다에서 흘러나오는 중계 아나운서들의 목소리뿐이었다.

대학교에서는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은 학생들이 도서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신촌의 곳곳에서는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TV, 노트북 컴퓨터 또는 DMB 휴대전화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들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경기의 '전반전'은 시험공부에 희생한 대신 '후반전'만 보러간다며 신촌 거리를 향해 뛰어가는 학생도 있었다.
▲ 평소 붐비던 거리도, 거리에 즐비한 노점상들도 한가하다. 노점을 지키던 아주머니도 "오늘 같은 날 손님이 없을 수도 있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 프레시안

▲ 이날 밤 10시 30분. 전반전이 한창이던 때, 버스도 택시도 텅텅 비었다. 택시를 잡는 이들은 "상암 경기장 가나요? 광화문 갈 수 있나요?"라고 다급히 물어본다. ⓒ 프레시안

연세대 도서관 앞에서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도 경기를 보러가지 않은 학생을 만났다. 그는 "시험공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전을 포기했다. 빨간색 티셔츠는 오늘 '예의상' 입고 나온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 "시험공부는 해야겠고, 그런데 한 골 먹었다니까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 없겠더라구요." "거리로 나가서 축구 보면 술자리로 이어질게 뻔하잖아요. 노트북으로 시합만 딱 보고 들어가 공부하려구요." ⓒ프레시안

▲ "오늘 시험보는데 '너무 설레서 망쳤다'는 애들도 있어요. 원래 축구 좋아하는데, 오늘만큼은 싫어하는 셈 치려구요. 공부해야죠." "전 솔직히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걸요. TV나 광고에서 축구 안보면 매국노인 양 몰아가는 분위기는 정말 짜증나요." ⓒ프레시안

한편 거리응원이 펼쳐진 서울시청 앞 광장은 이들의 '줄타기를 하는 심정'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기업 홍보전으로부터 응원 나온 시민들을 상대로 '길거리 장사'를 하겠다며 나온 이들까지. 이날 서울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사거리에는 50여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 "2002년에 비해 달라진 게 있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응원을 즐기는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때 응원문화가 좋게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 같다." ⓒ프레시안

▲ "한국 축구팀을 응원하는 거다. 득점을 하든 못하든, 16강 진출을 하든 못하든, 내가 응원하는 데에는 상관이 없다. 물론 잘되기를 바라지만 방송에서 떠들어대듯 꼭 이겨야만 된다는 게 아니란 소리다." "사람들은 변함없이 순수한 열정으로 응원을 하지만, 이를 이용하려는 사회와 상술은 약게 변했다." ⓒ프레시안

2-1로 역전승을 거두는 것으로 시합이 종료되자, 신촌 거리는 이번엔 환호하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연신 외치며 2002년의 분위기를 재현하려는 듯한 분위기였다.
▲ 신촌 거리는 한국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인파로 순식간에 채워졌다. 풍물패의 악기소리에 맞춰 함께 거리응원을 펼치는 사람들. ⓒ프레시안

▲ 거리를 지나가던 버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길을 잃었다. 한국팀의 승리에 흥분한 젊은이들은 버스 위로 뛰쳐 올라가는 등 2002년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듯 했다. ⓒ프레시안

2006년 한국의 거리응원은 2002년에 비해 축제를 즐기는 문화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이 높다. 그러나 쓰레기가 넘쳐나는 거리의 모습에서 정말 '성숙해진 거리응원 문화'를 찾을 수 있을까?
▲ 응원이 끝난 후 시청역 인근 모습. 응원은 달콤했을지 몰라도 쓰레기가 넘쳐나는 거리의 뒤끝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프레시안

▲ '응원'까지만 시민들의 몫일까? ⓒ프레시안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