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 10시(한국시간)에 한국과 토고는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이날 아침부터 신문 방송은 물론이고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하루종일 월드컵 소식으로 들썩들썩했다. 처음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토고의 요즘 국내 상황은 어떨까?
토고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순향 학생(영남대학교)은 13일 CBS 라디오 <뉴스매거진 오늘>와의 인터뷰에서 "토고 대표팀의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져 응원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아데바요르 선수가 꼭 골을 넣을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토고 라디오 기자 에릭 카그란이 본 토고는 한층 더 흥분된 모습이다.
"토고에서 이보다 더 흥분된 시간을 본 적이 없다. 모든 거리가 국가 상징색인 노랑, 초록, 빨강 색으로 뒤덮였다. 축구연맹은 수도 로메(Lome) 구석구석에 큰 간판을 설치했다. 국가대표팀 사진과 '믿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믿으면 승리한다'라는 문구와 함께.
나는 한국과의 첫 경기를 덱콘(Deckon)이라고 불리는 로메의 중심가 광장에서 볼 것이다. 5000명의 관중이 그곳 술집에서 야외에 있는 큰 화면을 통해 경기를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중간 중간 여러 술집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느끼고 싶다."
선수부족으로 어려움 겪는 아프리카의 현실
그러나 토고로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기쁜 일만은 아니다.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에서 월드컵은 실제로 축구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독일의 <슈피겔>은 "토고의 정치적 상황, 난민 문제, 40개의 부족으로 이뤄진 문화적 다양성, 이 모두가 토고 대표팀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에서 축구가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축구리그를 육성할 여력이 없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럽 축구자본에 무너진 지 오래다. 아프리카 각국 대표팀은 실제로 3분의 2 이상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아프리카 축구의 '식민지화 현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은 토고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에서 뛴 선수들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클럽에서 뛰지 않는 선수는 6명뿐이었다. 자국 내의 선수로 대표팀을 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토고는 타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불러와야 했다.
토고 대표팀의 수비수인 아코토 선수는 가나에서 소년대표팀 소속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토고 감독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진 토고 출신 선수들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케시 전 감독은 발레리안 이스마엘(바이에른 뮌헨)에게 월드컵 대표팀에서 뛸 것을 제안했지만 그가 거절했다고 한다.
독일 비자발급을 거부당한 토고인들
토고가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겪는 어려움은 선수부족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토고 공식 월드컵 응원단은 토고의 독일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독일 정부가 은행 계좌 사본을 제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응원단 중 대다수의 비자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응원단 단장인 마마토고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자영업자인 우리는 은행에 통장도 없다. 난 얼음을 판다. 내가 어떻게 은행 계좌 사본을 제출할 수 있겠느냐"며 월드컵 참관을 막는 독일 정부를 비난했다.
짐바브웨의 <선데이 뉴스>에는 이같은 유럽의 태도를 비난하는 칼럼이 실렸다. 다음은 칼럼의 일부다.
"유럽인들은 아직도 아프리카에서 식민지 시대에 자원을 약탈했을 때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는 아프리카의 훌륭한 선수들이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참관하겠다는 수천 명의 아프리카인들은 '불법체류'의 가능성이 있다는 편견 하나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라는 월드컵, 그 흥분의 현장은 그들만의 것인가?
월드컵의 종목인 축구는 엄연히 가장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 왔다.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최고의 스포츠며 거의 종교에 가깝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이들의 유일한 기회이자 희망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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