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오늘, 방송은 더 이상 어떻게 할래야 할 수도 없는 괴기스런 편성으로 우리를 경악하게 하고 말았다"며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으로 일일 편성표를 '전면도배'한 방송 3사를 비난했다.
"방송은 미디어의 공공성과 다양성 논할 자격 없다"
문화연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3일 지상파 방송들은 많게는 87%에 이르는 시간을 월드컵에 할애했다. KBS 1TV의 경우 이날 0시부터 자정에 이르는 24시간 가운데 14시간 20분을, KBS 2TV는 11시간 가량을 월드컵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또한 MBC는 18시간 30분 동안, SBS는 가장 많은 21시간 동안 '싹쓸이'로 월드컵 프로그램을 내보낼 계획이다. 이는 월드컵 관련 보도가 중점적으로 나가는 뉴스 프로그램을 포함한 것이다.
인권·문화단체들은 "돈과 축구공에 혈안이 된 방송사들이 한미FTA, 평택,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들에 등을 돌렸다"고 지적한 뒤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을 저버린 이들이 어떻게 월드컵 이후에 미디어의 공공성과 문화 다양성을 확대하자고 떠벌릴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이종회 대표는 "한미 FTA에서 방송시장 개방문제가 떠오르고 있는 지금, 개방논리에 맞설 수 있는 것은 '공영방송에는 공공성과 문화 다양성이 있다는 점'이다"라면서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한미 FTA조차 외면하는 방송사들이 어찌 FTA에 대처할 수 있겠느냐"라며 MBC 본관을 향해 외쳤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양문석 정책위원 또한 "6월 현재 최저임금, 한미 FTA, 평택 문제 등 수많은 쟁점 사안이 있음에도 불구, 방송사들은 자기 발에 불똥이 안 떨어졌다고 민중에게 광기의 도끼를 휘두르는가"라며 무책임한 방송사들을 질타했다.
"방송 눈에 보이는 건 축구공과 돈뿐인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같은 장소에서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첫 주자로 나선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를 비롯해 김정은 KTX 노조 부산지부 대의원, 이원재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상황실장 등 사회 각 분야 활동가들의 1인 시위가 저녁 7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1인 시위에 참가한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방송들이 월드컵에는 비이성적으로 집착해 '월드컵 광풍'을 부추기면서 평택문제, 미군기지 이전문제의 진실에 대한 보도는 내팽개치고 있다"며 참가동기를 밝혔다.
뒤를 이은 김정은 KTX 노조 부산지부 대의원 또한 "오늘은 고 신효순, 심미선 양의 추모 4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돈과 축구공뿐"이라며 "KTX 여승무원 파업은 외면한 채 축제 분위기만 부추기는 방송사를 보며 우리는 '투쟁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한국 경기가 있는 19일과 23일에도 각각 KBS와 SBS 방송사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