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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증시 구원투수' 연기금, 성적표는?

연기금은 열흘 연속 주식 사는 중

세계 경기 하강 여파로 국내 증시가 휘청이자 연기금이 다시금 증시에 돈을 풀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이다.

연기금의 주식 순매수는 하락하는 증시의 완충제 역할을 한다. 주로 집중하는 매수 종목도 우량주들이다. 그러나 안정성을 중시해야 할 연기금이 주식 시장에 큰 역할을 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는 눈도 분명 존재한다.

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05포인트(0.71퍼센트) 하락한 1686.24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해 1700선이 무너졌다. 비관적인 경기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외국인이 돈을 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증시는 개장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장중 1664선까지 밀려났으나 오후 들면서 빠른 속도로 낙폭을 회복했다. 역전의 발판은 연기금이었다. 오전 내내 순매도 우위를 보이던 연기금은 오후 1시 20분 즈음을 계기로 순매수로 전환, 증시에 돈을 대거 풀었다. 결국 이날 기금은 총 1252억 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지난달 18일 이후로 연달아 주식을 순매수 중이다. 지난 10거래일간 연기금이 사들인 주식액은 총 1조717억 원에 달한다.

연기금이 주로 관심을 갖는 종목은 대형 우량주들이다. 지난달 18일 이후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포스코와 삼성전자, SK에너지, 삼성전기, 현대제철 등이다. 몸집이 큰만큼 하락폭도, 상승폭도 상대적으로 적다. 소위 말하는 '블루칩'들인만큼 시장 상황만 좋아진다면 상승 여력도 큰 종목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연기금은 포스코 주식에만 825억 원을 투자했다.

연기금이 장을 좌지우지하는 변수로 떠오르자 "연기금이 사는 주식을 따라 매집하라"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1일 우리투자증권은 "국민연금이 올해 말까지 9조4000억 원, 내년까지는 총 19조7000억 원 어치의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며 "연기금이 지속적으로 순매수하는 종목에 관심을 두라"고 투자자들에게 권유했다. 연기금 운용액의 약 90퍼센트가량이 국민연금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연기금의 주식 비중을 내년에는 더욱 늘릴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내년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올해보다 1.4퍼센트포인트 올린 18퍼센트로 결정했다. 해외주식 투자 비중 또한 5.1퍼센트에서 6.6퍼센트로 늘렸다. 반면 채권투자 비중은 올해 67.8퍼센트에서 내년 63.5퍼센트로 낮춘다.

기준금리가 올해 하반기부터 오를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른 채권투자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진다.

▲지난달 18일 이후 이어지는 연기금의 주식 순매수(단위: 억 원). ⓒ프레시안
일단 연기금의 적극적인 증시 개입은 시장에 호재다. 강력한 자금력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경기 전망을 지나치게 밝게 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 경기가 하반기에 회복돼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아져야만 연기금의 투자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를 비롯한 대부분 민간경제연구소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6퍼센트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변하는 세계 경기의 향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에서 날아오는 각종 경제지표가 실망스럽고,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이제 미국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예상보다 한국 경제가 받아들 성적표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연기금은 새 정부 들면서 주식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작년 성적은 좋았다. 작년 국민연기금 운용수익률은 10퍼센트를 넘었다. 반면 경제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2008년 성적은 나빴다. 4270억 원 적자를 봐 마이너스 0.21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8년 당시 연기금은 '증시 구원투수'로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올해 말 연기금이 받아들 성적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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