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교 지질과학과 양판석 박사는 "천안함 흡착 물질은 합동조사단이 주장하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
Al2O3
)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 박사는 합동조사단의 에너지 분광(EDS·Energy Dispersive Spectroscopy) 분석 결과가 자연 상태의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의 산소(O)/알루미늄(Al) 비율(약 0.23)과 다른 점에 주목했다.이런 지적을 놓고 29일 합동조사단의 이근덕 박사는 "양판석 박사는 흡착 물질에 수분(물·
H2O
)이 40퍼센트 가까이 된다는 걸 간과했다"며 "그는 물에 포함된 산소를 염두에 두지 않고 산소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합동조사단의 EDS 분석 결과를 보면 산소/알루미늄 비율이 약 0.81~0.92로 양 박사가 언급한 0.23과 큰 차이가 난다.이런 합동조사단의 해명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애초 합동조사단은 흡착 물질의 EDS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흡착 물질에) 알루미늄 산화물이 45~55퍼센트, 수분 등 36~42퍼센트 포함돼 있다"는 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합동조사단의 해명은 진실일까?
▲ 합동조사단은 EDS 분석 결과 "흡착 물질에 알루미늄 산화물이 45~55퍼센트, 수분 등이 36~42퍼센트 포함돼 있다"는 표를 제시했었다. ⓒ프레시안 |
양판석 박사는 30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해명을 정면 반박했다.
진공 상태에서 수분이 존재한다고?
양판석 박사의 의문은 다음 질문으로 요약된다. "진공 상태에서 어떻게 수분이 존재할 수 있는가?"
EDS 분석은 전자선을 물질에 쏠 때 나타나는 반응으로, 해당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 원자의 상대적인 비율 등을 확인한다. 양판석 박사는 "EDS 분석을 하려면 시료를 전도체로 만들기 위해서 보통 '진공' 상태에서 금으로 코팅을 한다"며 "합동조사단의 EDS 분석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금(Au)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판석 박사는 "시료가 젖은 상태에서 금으로 코팅을 한다는 것은 과학계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양 박사는 "보통 오븐에서 건조한 다음에 금 코팅을 하고, 설사 시료에 조금의 습기가 남아 있더라도 진공 상태에서 금 코팅을 하면서 제거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양판석 박사는 합동조사단의 해명이 가능한지 확인하고자 간단한 실험도 해보았다. 양 박사는 "합동조사단이 젖은 시료를 금으로 코팅한 후 EDS 분석 결과 36~42퍼센트의 물을 얻었다고 하니 재연해보기로 했다"며 "알루미늄 산화물(
Al2O3
) 분말과 물을 합동조사단이 내놓은 비율대로 혼합한 후 진공 상태에서 금 코팅을 해보았다"고 설명했다.실험 결과는 양판석 박사의 예상대로였다. 양 박사는 "물을 가장 적게 잃는 상황을 설정해 두었는데도 불과 2분 만에 수분의 50퍼센트 가량이 증발했다"고 실험 결과를 밝혔다. 그는 "합동조사단의 EDS 분석 결과처럼 수분이 40퍼센트 남으려면 애초 시료에 약 80퍼센트의 물이 섞여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많은 물은 시료 밖으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물 증발해 소금이 생긴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EDS 분석을 하려면 주사전자현미경(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을 사용한다. 양판석 박사는 "SEM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시료를 금으로 코팅해야 한다"며 "앞에서 설명했듯이 금으로 코팅을 했다면 진공 상태에서 시료 표면의 수분이 다 증발하기 때문에 이렇게 얻은 분석 결과 나온 산소(O)는 물질 내부에서 화학 결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판석 박사는 "설사 젖은 시료를 금으로 코팅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전자선이 시료에 발생시키는 열로 인해서 수분은 증발할 수밖에 없다"며 합동조사단의 주장이 얼마나 '난센스'인지를 다시 한 번 더 꼬집었다. 더구나 "EDS 분석 결과 수분이 36~42퍼센트 포함돼 있다"는 합동조사단의 주장은 그들이 내놓은 다른 데이터와도 모순된다.
양판석 박사는 "합동조사단의 X선 회절 분석 결과를 보면 소금(NaCl)이 보인다"며 "소금은 바닷물에서는 이온 상태(
Na+
, Cl-
)로 존재하다가 수분을 증발시키면 결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X선 회절 분석 결과에서 소금이 보이는 것은 흡착 물질이 이미 증발 건조되었다는 "결정적 증거"다.▲ 어뢰 프로펠러의 흡착 물질의 X선 회절 분석 결과. X선 회절 분석 결과에서 소금이 보이는 것은 흡착 물질이 이미 증발 건조되었다는 "결정적 증거"다. ⓒ프레시안 |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은 애초 없었다"
양판석 박사는 "EDS 분석은 전자선을 조절해서 불순물이 섞인 혼합물 중에서 원하는 물질만 분석하는 국소 분석 방법"이라며 "합동조사단의 주장대로 천안함 흡착 물질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면 제대로 된 EDS 분석에서 100퍼센트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만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
Al2O3
)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산소 비율이 나오는 합동조사단의 EDS 분석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양판석 박사는 "자연 상태에서는 알루미늄 산화물보다 산소를 더 많이 포함하는 알루미늄 화합물이 많다"며 "특히 합동조사단의 EDS 분석 결과는 수산화알루미늄(Al(OH)3
)의 산소/알루미늄 비율과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수산화알루미늄의 원소 구성 비율을 염두에 두면, 합동조사단의 EDS 분석 결과와 놀랄 만큼 흡사하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합동조사단의 EDS 분석 결과를 보면, "
Al2O3
:H2O
=45~55퍼센트:36~42퍼센트"다. 수산화알루미늄은 어떨까? 수산화알루미늄은 'Al2O3
:H2O
=65.36퍼센트:34.64퍼센트'다.양판석 박사는 "수산화알루미늄(깁사이트)은 바닷물과 같은 자연 상태에서 생성될 수 있는 물질일 뿐만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채취해 (천안함과 같은 배의) 방화벽 재료 등으로 널리 쓰이는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즉, 합동조사단의 EDS 분석 결과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라 수산화알루미늄을 가리키는 증거라는 것이다.
양판석 박사의 주장대로라면 합동조사단이 "어뢰 폭발"의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던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이승헌 교수 "재반박 준비하고 있다" 흡착 물질을 둘러싼 논쟁을 주도하는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교수(물리학과)도 "선체 및 어뢰 흡착물의 EDS 분석 결과는 수산화알루미늄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게 사실이라면 이는 폭발의 증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헌 교수는 3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나의 알루미늄 용융 및 냉각 실험이 폭발 현상과 다르다고 말한 것을 포함해 합동조사단이 반박한 내용을 조만간 종합적으로 재반박하겠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의 윤덕용 민간 측 단장은 29일 알루미늄을 녹인 후 급랭시키면 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나온다는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엉뚱한 조건에서 한 실험을 놓고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시비를 걸고 있다"고 공격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아울러 합동조사단의 일부 행태가 기만적이라고 지적했다. 합동조사단의 이근덕 박사는 29일 설명회에서 "국회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서 21일 경 보관 중이던 폭발 실험 생성물 시료를 X선 회절 분석 장치에 다시 놓고 찍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은 과거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이 자체 분석을 하겠다며 흡착물을 달라고 했을 때는 어뢰 및 선체의 흡착물만 제공했다. 폭발 실험 생성물은 소량만 검출되어 없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X선 회절 분석이나 EDS 분석을 해도 시료에는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다"며 "시료가 없다고 안 준 것은 과학적 상식으로 말이 안 되는데 합조단은 21일 남은 시료로 다시 사진을 찍었다고 밝힘으로써 스스로 거짓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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