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거나 약하다. 본인은 지난 16일 친박계 초선 의원 8명을 만나 미디어법이나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 다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건 그의 주장일 뿐이다. 다른 주장도 있다. 미디어법은 틀었다가 유턴했고, 쇠고기 수입 문제는 원칙론, 양비론을 펴는 데 그쳤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사실도 있다. 4대강 문제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짚는 이유가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과거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래를 점치는 힌트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전망한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이명박 대통령이 조기에 레임덕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통해 수적 열세를 절감했기에 국정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런 전망엔 전제가 깔려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현실, 즉 수적 열세가 지속되고 강화될 것이란 전제,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가 수적 압박의 선봉에 설 것이란 전제다.
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디어법과 쇠고기 수입 문제, 그리고 4대강 사업에 대해 보여 온 박근혜 전 대표의 태도만이 근거는 아니다. 하나 더 있다. 친박계 초선 의원 8명과의 만남에서 추가한 그의 말 한 마디다. 그가 그랬다. 당 대표 출마 요구에 대해 "당 대표를 맡아 정책에 대해 바른 소리를 하면 또 다시 친이-친박 갈등으로 비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명백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당장,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생각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광 팔' 기회를 모색할지언정 정면 대결을 불사하면서 '대박 아니면 쪽박' 베팅을 할 생각은 현재로선 없다.
그럴 만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앞장서 정치적 위상을 재확인하고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고는 하나 마냥 이득만 챙긴 건 아니다. 세종시 수정에 찬성했던 보수파 다수의 눈화살을 맞아야 하는 처지에 빠지기도 했다. 지방선거 패배 후 보수파 내에서 당의 화합, 나아가 보수연합 주장이 나오는 판에 보수정권의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일에 앞장설 이유가 없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 지금은 관리할 때이지 결판 낼 때가 아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의 계획대로 세상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현안이 불거졌다. 쇠고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전시작전권 전환시점 연기와 한미FTA 실무협상을 합의하는 바람에 쇠고기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정부는 전작권과 FTA는 별개라고, FTA와 쇠고기 역시 별개라고 주장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오히려 상당수 국민은 쇠고기 수입 확대가 FTA 비준의 조건이고, FTA가 전작권의 조건이라는 지적에 고개 끄덕인다. 이런 여론이 강화되면 극심해진다. 2008년 때처럼 촛불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지만 논란이 극심해질 것만은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표로선 시험이요 시련이다. 전작권과 FTA와 쇠고기를 갈라서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험이요 양시양비론(기사 참조)을 구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련이다. 그의 어록 후렴구가 된 "국민이 원하는대로"를 읊조리면 그의 이념적 정체성이 도마 위에 오름과 동시에 집토끼가 반발할 테고 '수입 개방 지지'를 주창하면 그의 정치적 외연이 좁혀지면서 산토끼가 펄쩍 뛸 것이다.
여기까지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면대결을 피하며 거리두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시한은 여기까지다. 이 시한을 넘기면 박근혜 전 대표는 입장을 정해야 한다. '가'든 '부'든 똑부러지게 말해야 한다. 특유의 '묵언전술'로 소나기를 피하려 해도 여론이 풀어주지 않을 것이기에 한 마디 해야 한다.
그에 따라 갈릴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심화될 수도 있고 연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은 미우나 고우나, 좋든 싫든 '국정의 동반자'요 '정치 파트너'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장면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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