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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열정을 위해서라면!?

[프레시안 스포츠] 월드컵, 우리를 위한 서비스인가?

2006 독일월드컵이 9일 밤 11시30분(한국 시간) 개막식과 함께 시작된다. 개막식 직후 열리는 개최국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을 시발로 꼬박 1달간 32개 국의 축구 경기가 쉬지않고 진행될 것이다. 이 모든 이벤트들은 지구상의 213개 국에 TV로 중계되며 연인원 350억 명이 시청할 예정이다. 말그대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국내의 열기도 달아올랐다. 2002 한-일 월드컵과 한국팀의 4강 진출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그러나 이 열기를 이용하려는 움직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지난 2일 시민단체들이 시작한 '게릴라 문화행동'의 문구 중 하나는 "나의 열정을 이용하려는 너의 월드컵에 반대한다"였다. 열정을 이용한다는 말이 지나친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FIFA의 독점권은 끝을 모르고…

얼마 전 FIFA가 '장외시청권(Public Viewing)'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져 네티즌들의 집중 비난세례를 받고 있다. 장외시청권이란 길거리 응원, 음식점, 술집에서의 시청, 단체 응원전 등 집단 시청을 일컫는다. FIFA는 장외에서 2명 이상이 월드컵 경기를 볼 경우 자신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2002년 이후 장외시청권 규정을 대폭 강화한 FIFA는 만약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소송을 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서 집단 시청을 할 경우 FIFA는 최대 5000만 원까지 장외시청권 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

FIFA는 전 세계적으로 월드컵과 관련해 다양한 방송 권리를 판매하고 있는데 장외시청권도 그중 하나다. FIFA가 판매하고 있는 방송권은 지상파 TV 및 라디오 방송권, 케이블 방송권, 위성 방송권은 물론이며 새로운 매체인 DMB 방송권, 인터넷 방송권, 뉴스권, CCTV 방송권도 이에 해당된다.
▲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이용권한을 넘겨받은 서울시청 앞 광장. 십자형 울타리와 경호업체 직원들이 시민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5월 23일 세네갈 평가전 당시 시청 앞 광장의 모습. ⓒ연합뉴스

장외시청권 요구 사실이 알려진 뒤, "그러면 함께 모여 하는 응원은 모두 돈을 내야 하나", "우리가 경기를 시청하니까 월드컵도 개최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어리둥절해 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FIFA의 '소유권 주장'은 사실 국내에서뿐만이 아니다. 15개의 공식 후원업체로부터 독점광고를 조건으로 광고료를 받은 FIFA의 입김은 대단히 강력하다. 축구선수들은 후원업체의 차량만 이용해야 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후원업체의 음료만을 살 수 있다. 또한 경기장 내부와 인접지역은 물론이고 경기장 접근로와 경기 개최 도시들에서 열리는 축구팬 축제에 대해서까지 FIFA는 까다로운 광고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국의 <BBC>는 "공식후원사 아니면 모든 광고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는 FIFA측과 개최 도시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국내기업들, 우리도 만만치 않아~

그러나 국내 기업과 언론들이 월드컵을 대하는 자세 또한 그 '적극적인 면'에서 FIFA에 못지 않다.

이미 FIFA로부터 장외시청권을 구입한 SK 텔레콤과 이에 동참한 컨소시엄 업체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을 장악했다. 서울시가 지난 2월 월드컵 기간 동안 서울광장을 이용할 권한을 SK 텔레콤 컨소시엄에게 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서울시민을 재벌에게 팔았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의 멤버들은 KBS, SBS,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이다.

이들은 평가전에서부터 그 위력을 발휘했다. 주최 측은 최근 치른 몇 차례 응원전에서 안전 펜스를 설치해 출입 인원을 제한했으며 차림새에 따라 응원객을 선별 입장시키는 등 홍보효과를 최대한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방까지 차고 들어온 상혼

FIFA의 장외시청권 요구도, 거리 응원을 이용하려는 기업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집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건 나의 열정을 남에게 이용당하지 않는 행위일까?

월드컵 경기의 TV 또는 인터넷 시청을 위해 집에서 밤늦게까지 깨어 있을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게임업체들은 이번 경기가 대부분 심야나 새벽에 열리기 때문에 대다수가 집 밖에 나가 응원하는 대신 집에서 경기를 시청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이미 특별상품을 내놓은 것.

현재 월드컵을 노리고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조만간 시작할 예정인 축구게임은 14개 안팎에 이른다고 게임업계는 설명하고 있다. "새벽 경기, 게임 즐기면서 기다리시라"는 것이다.

네티즌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들 또한 '집안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야후>, <다음>, <네이버> 등 포털업체들은 별도의 '월드컵 섹션'을 마련했다. 이들은 월드컵 관련 뉴스, 사진, 동영상를 띄우고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포털업체들의 이같은 과감한 투자 뒤에는 '월드컵 광고 묶음 상품'으로 수익을 올리는 월드컵 특수가 있다. '월드컵 섹션'이 인기를 얻자 포털업체들은 이곳에 게재하는 광고 가격을 일반 페이지보다 3∼4배나 높은 1억∼15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 같은 높은 광고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포털업체들의 월드컵 섹션 광고는 오는 7월까지 100% 채워졌다고 한다.

<다음>은 2006년 월드컵 중계권 공식에이전시인 인프론트와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인터넷-모바일 중계권을 사들였다. 이에 따르면 방송사들도 TV 스포츠뉴스와 달리, 자사 사이트에서 월드컵 동영상을 틀려면 다음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동통신사업자들도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서비스하려면 마찬가지다.

상업화 속의 서비스?

세계인의 축제라는 수사를 달고 있는 월드컵. 그러나 마냥 즐기기에는 바보가 된 기분이다. 이 찜찜한 기분을 누가 풀어줄 수 있을까?

FIFA로부터 국내 장외시청권을 구입한 한국방송협회는 나름대로 아주 친절한 대답을 내놓고 있다. "월드컵은 이미 충분히 상업화 되어 있으며, 상업화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회원사와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기업들은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서비스의 '수혜자'이기에 앞서 상품의 '소비자'가 된다. 이 소비자들의 열렬한 응원은 다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이용당한다. 응원하는 군중과 함성소리를 이용한 광고가 이미 수도 없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미묘한 관계는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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