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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건설업체? 부실 지자체가 더 문제야!"

[의제27 '시선'] 지방정부 '조감도 정치' 폐해, 낱낱이 밝혀야

부실 건설업체 문제가 계속 논란이다. 한창 부동산 거품이 커지고 있을 때 '묻지마 식'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논밭에다 아파트를 지어댄 것이 대거 미분양 사태를 빚었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 대도시에서는 전체 아파트의 3-4%에 해당하는 물량이 미분양 상태에 있을 정도이다. 이러니 건설사들이 PF를 통해 금융권에서 빌린 80조 원이 넘는 돈들도 위험한 상태이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이들 부실 건설업체에 상당한 자금을 대출했다 파산위험에 시달리는 중이다.

이렇게 되자 건설업체들은 정부에다 읍소 겸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자금지원을 늘려달라는 것은 물론이고 주택구입 시 대출한도 제한도 풀어달라고 한다. 그나마 다른 나라들이 겪는 거품붕괴를 막을 수 있었던 LTV, DTI 제한마저 풀어달라는 소리다. 뭐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보는 정부는 '가격안정은 해치지 않으면서, 거래는 활성화해야' 하는 모순적인 숙제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정부는 현재 상황을 초래한 건설업체의 책임도 물어야 하는 고민이 있다. 고분양가와 밀어내기식 건설, 무책임한 투자결정 등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마저 건설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할 정도이다(2010년 6월 17일 발언).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이유로 부실해졌고, 그래서 시민들에게 구제금융을 요구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정부 스스로 건설업체처럼 무작정 일을 벌여 놓았다가 수습을 못하고 있다면? 실제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부동산 거품시기에 황당한 일들을 벌여놓았다. 수조원에 이르는 구도심 개발사업을 직접 시행하려 시작했다가 자금조달도 안 되고, 사업계획도 바뀌는 바람에 이도저도 못하는 일들이 많다. 건설업체들이 겪고 있는 미분양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택지개발사업을 마구 벌여놓았다가 분양이 안 되면서 돈이 묶이는 것이다.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시의 루원시티 사업, 1조3000억 원을 들여 지은 동양 최대 쇼핑몰이 제대로 분양이 안 되어 빚더미가 된 서울시의 가든파이브, 경제자유구역은커녕 아파트 분양자유구역으로 전락한 송도 신도시, 서울 주변의 김포, 검단, 동탄 등에서는 이미 미분양이 발생했거나 아예 분양을 늦추는 중이다.

▲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아 텅 비어 있는 가든파이브. ⓒ프레시안(이대희)

뉴타운, 재개발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전국적으로 수백 군데의 재개발사업이 2006년 지방선거 무렵 대대적으로 지정되었지만 제대로 진행 중인 곳이 없다. 오히려 사업을 중단하게 해 달라는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당초 큰돈을 벌 줄 알고 시작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집을 뺏길 상황에 놓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부산에서는 구역지정 취소가 잇따르고, 서울, 인천, 경기 곳곳에서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지방자치 선거와 뒤 이은 지방정부 인수과정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지만, 부실 건설업체 뺨치는 지방정부들의 무분별한 개발투자가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 우선 당장 시민들에게 엄청난 빚더미를 안기는 중이다. 서울시의 SH공사 빚은 2005년 2조5000억 원에서 2009년 12조 원으로 늘어났다. 가든파이브는 물론이고 중대형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공급하면서 생긴 빚이 주원인이다.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역시 빚이 2005년 말 4265억 원에서 2010년 말 6조6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짧게는 지난 4년, 길게는 8년 간 지방자치단체들은 부실 건설업체들과 마찬가지 이유로 거대한 부실경영의 늪에 빠졌다. 당장 빚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앞으로의 부실 개발계획 뒤처리도 큰 숙제로 남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면피용 해석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개발이 무조건적인 선이라는 믿음과 모든 시민들이 개발을 원하고 있다는 착각이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의 과다한 개발기대 심리를 조율하고 꼼꼼히 따져봤어야 할 지방정부가 오히려 현란한 조감도를 자랑하기에 급급했으니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청계천 복원 조감도에서 시작된 '조감도 정치'가 낳은 폐해이다. 수도권에서만 100층 이상 건물을 7건이나 추진할 정도였다.

이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무엇보다 원인과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누가, 어떤 의사결정을 통해 이런 부실을 쌓았는지 명확히 해 둠으로써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감사원도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지방자치단체 자체가 거대한 부실 건설업체라는 것이 밝혀진 이상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선거로 심판받은 지자체든 아니든, 과감하게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개발계획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시민들의 과도한 기대에는 선을 그어야한다. 거품 계획으로 시민들을 현혹시켰던 데 대해서는 현재의 단체장이라도 사과해야 한다. 부실을 또 다른 부실로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빚으로 넘겨보려는 유혹도 경계할 일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민간건설업체 부실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질책한다면, 지방정부의 부실에도 같은 잣대를 가져야 한다. 부실 건설업체와 부실 지방자치단체의 처리가 얼마나 투명하고 원칙 있게 진행될지 이명박 정부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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