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에겐 세종시가 그런 것이다.
그에겐 '확신'이었다. "국정의 효율을 생각하든, 국가경쟁력을 생각하든, 통일 후 미래를 생각하든"(14일 대통령 대국민 연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게 세종시 수정안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어항에 담을 수 있다고 믿은 월척이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찬성이 50%가 넘는 (게)"(16일 총리 국회 답변) 세종시 수정안이었다.
이러니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묵직한 손맛이 전율을 타고 전해졌는데 입맛을 다셔야 하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그래서 친이계 의원들을 앞세워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려는 것이다. 비록 손에서 놔줘야 하지만 그래도 기록에 남기기 위해 '인증샷'이라도 찍으려 하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 의원 명단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 전에 잡기 월척을 잡을 뻔했다는 '흔적'을 역사에 남기려 하는 것이다. 마음속의 월척이었던 만큼 흔적 또한 그에 걸맞은 크기로 남기려 하는 것이다.
▲ 22일 국토해양위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됐다. 하지만 논란은 끝난 게 아니다. ⓒ뉴시스 |
이해한다. 이것저것 다 빼고 인지상정 차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아쉬움만큼이나 클 야속함까지 이해한다. 국민의 50%가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데도 국회 의석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야당과 친박을 향한 야속함과 섭섭함까지 이해한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 역지사지 차원에서 보면 그 다음은 이해할 수 없다.
'확신'은 논외로 하자. 저마다 갖고 있는 '확신'을 앞세우면 평행선을 달릴 테니까. 정운찬 총리뿐만 아니라 여권 인사 다수가 합창한 '찬성률 50%'만 갖고 이야기 하자.
'찬성률 50%'를 상회하는 건 세종시 수정안만이 아니다. 과거의 미디어법도 그랬고 지금의 4대강 사업도 그렇다. 50% 정도가 아니라 70%, 80% 가까운 국민이 반대했고 반대한다. 그런데도 밀어붙였고 밀어붙인다.
야당의 마음이 어떨까? 언론·환경단체, 나아가 국민의 마음은 어떨까? 국회 의석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여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보는 마음이 어떨까? 같거나 더 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갖는 답답함만큼이나 속 터질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갖는 섭섭함만큼이나 속이 상할 것이다. 50%가 아니라 70%, 89%의 반대율을 보이는 사안조차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여권의 행태를 보면서 부글부글 끓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알까? 이런 국민의 마음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헤아릴까?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