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참패 후 한동안 침묵하던 청와대가 4대강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 '공세적 대응'으로 돌아섰다. 지방선거 참패 후 2주 가까이 침묵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TV 생중계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 표결을 통해 처리하고 4대강 사업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이와 관련된 논란에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지방선거 참패가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민심을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밀리면 자칫 '레임덕'에 빠진다는 정세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친이 '세종시 본회의 부결' 공세 속 박재완 "수정안 부결시 특혜 백지화"
국회로 공을 넘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20일 "(수정안의) 미세 조정은 모르겠지만 중간점이 되는 안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대기업 특혜 등 기존에 밝혔던 세종시 관련 계획을 백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날 KTV <정책대담>에 출연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기업들이 당초 세종시 투자를 결심할 때 주된 동기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입지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너지를 가져올 것이란 점과 원형지 개발이나 세제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보고 (결심)했었기 때문에, 원안으로 하게 된다면 사실상 기업들이 입주할 유인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기업 특혜를 백지화할 것임을 밝혔다.
박 수석은 이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6.2 지방선거는 심판이라고 보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통령께서는 '수정안이 충청지역의 발전에 더 좋은 안'이라는 확신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세종시 특혜 백지화' 입장은 한나라당내 친이계 의원들이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부의' 주장과 맞물려 일종의 '압력'으로 읽힐 수 있다. 청와대와 친이계 일각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되더라도 본회의에 다시 붙여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상임위에서 처리하자는 여야 합의를 사실상 깨고 이같은 주장을 펴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와 친이계에서는 "역사적인 표결이니만큼 의원 개개인의 입장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에 대해 박희태 국회의장이 21일 "법대로 하겠다"며 상정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 특혜 백지화' 주장은 의원 개개인을 압박할 수 있다. 충청권의 민심이 지방선거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 폐기'로 모아졌다고는 하지만 세종시 이전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청와대와 정부가 아닌 국회로 돌릴 수 있는 '물꼬'를 튼 셈이다.
충청권에 정치적 기반이 있는 자유선진당이 21일 박 수석의 발언에 대해 "세종시를 고사시키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냐"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진당은 "세종시 원안에 복합자족기능이 포함되어 있음은 이미 법에 명백히 나와 있다. 오기로 되어있는 대학들은 수정안 이전에 이미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어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수정안이 부결되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냐"고 따져 물었다.
"MB, 4대강 토론에 직접 나설 수도"
'강행' 의지를 밝힌 4대강 사업에 대해선 더 적극적인 메시지가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 토론회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것.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21일 보도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장마 기간이 국민집중 토론기간이다. 반대 측과 토론하겠다"며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형준 수석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정부가 옳다는 확신이 없으면 어떻게 일하나"고 반문하면서 "환경피해를 감추고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지자체장과도 다시 논의하겠다. 설득이 되면 할 거고 그럼에도 정치적으로 절대 못하겠다고 하면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토론에 나선다면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 이후 처음이다. 해외순방 등 대통령 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는 7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박 수석은 인터뷰에서 6·2선거 결과에 대해 "참패까지는 아니고 패배한 것"이라면서 "당초 수도권서 2군데 이기면 선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방선거가 대패는 아니다"고 말한 정운찬 총리와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박 수석은 또 이번선거에서 세대별 투표 성향이 극명하게 갈렸다고 지적하면서 "20~30대가 이번 선거를 '게임'으로 인식했다. '권력 혼내주기 게임'에 20~30대가 광범위하게 참여했고 통쾌함을 느꼈다면, 그런 일이 반복될 여지가 있다"고 향후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에 불리한 구도라고 분석했다.
박 수석은 이어 "한나라당이 '김문수 모델'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해 친이계 내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항마'로 김문수 경기지사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김 지사는 전략적으로 계산하지 않고 옳은 건 옳다고 얘기하는 부분에서 당당했다. 선거 전 24일간 현장을 누비고 개인택시 체험을 하면서 현장 행정을 보여줬다. 서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