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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눈 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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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눈 감다

향년 88세로 별세…유토피아를 향한 신념 포기 안 해

<수도원의 비망록>(최인자 옮김, 해냄 펴냄), <눈 먼 자들의 도시>(정영목 옮김, 해냄 펴냄), <눈 뜬 자들의 도시>(정영목 옮김, 해냄 펴냄) 등으로 유명한 포르투갈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가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란자로테 섬에 있는 자택에서 18일(현지 시간) 타계했다. 향년 88세.

18일 AFP, AP 등은 호흡기 질환으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사라마구가 이날 사망한 사실을 전했다. 사라마구는 지난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도원의 비망록>(1982), <눈 먼 자들의 도시>(1995), <동굴>(2001), <도플갱어>(2003), <눈 뜬 자들의 도시>(2004) 등의 작품을 남겼다.

▲ 주제 사라마구(1922~2010). ⓒwordpress.com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사라마구는 평생에 걸쳐서 개인과 사회의 추한 속살을 소설로 그려 직접적으로 또 우회적으로 자본주의가 빚은 문명의 날것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조건을 끊임없이 탐색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시력을 잃으면서 벌어지는 지옥도를 그린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이런 사라마구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이 소설을 낸 지 9년 만에 <눈 뜬 자들의 도시>라는 후편을 내,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또 이 소설은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사라마구의 작품이 국내에 많이 소개돼 있음에도 정작 그가 수십 년을 공산당에 헌신했으며, 말년까지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회주의자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1975년 공산당 활동으로 포르투갈에서 추방당했을 정도로 열혈 사회주의자였으며, 죽을 때까지 그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용접공을 첫 직업으로 가진 사라마구는 25세에 <죄악의 땅>(1947)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으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 전념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한 후에도, 다른 많은 지식인과 다르게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사라마구가 1997년 발표한 <미지의 섬(O Conto da Ilha Desconhecida)>이라는 짧은 소설은 이런 그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이 소설에서, 모든 섬이 지도에 나와 있는데 무슨 미지의 섬 타령이냐는 힐난을 무릅쓰고 배를 타고 떠나는 선원의 모습을 통해 여전히 인류가 찾아가야 할 이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에 사라마구는 '희망'보다 '절망'을 많이 보았던 듯하다. 한편의 지옥도 같은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눈 먼 자들의 도시>는 9년 후에 '눈 뜬 자들'이 만드는 훨씬 더 지옥 같은 현실을 고발하는 <눈 뜬 자들의 도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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