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구속노동자회 등 인권단체에 따르면 2007년 기아차비정규직 파업 건으로 춘천교도소에 구속수감 중인 A씨는 지난 자비로 구독 중인 5월 12일자 <경향신문> 사회면 일부가 잘려나간 채 배달된 것을 확인했다.
A씨가 항의를 하니 교도소 측에서는 교육·교화 상 규정에 위배되는 기사라는 지시가 내려와 삭제를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다른 중앙일간지 8개도 가위로 기사가 잘린채 재소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무슨 내용인지, 어떤 이유로 사전 검열 및 삭제를 했는지 관련규정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교도소 측은 "그럴 의무가 없다"며 거부했다. 결국 A씨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알아본 결과 문제의 기사는 서울구치소에서 있었던 10대 소년이 20일 가까이 교도관들을 속이고 여자 행세를 하면서 여자들만 지내는 감방에 함께 동거를 했다는 교도소의 실수를 지적한 기사였다.
원주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의 동료 B씨도 같은 경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교도소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관계를 두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 5월 12일자 <경향신문> 기사. |
이와 같이 교도소의 잘못을 지적한 기사가 '가위질' 당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구속노동자회에 따르면 용산 철거민 투쟁으로 구속수감 중인 B씨도 지난해 11월 22일, 올해 3월 17일 자비로 구독 중인 일간지 일부가 잘려나간 채 배달 받았다. 가위질 당한 기사는 '법무부 장관 청송교도소 방문' 기사와 '서울구치소 사형수 정남규 씨 자살' 기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범민련에서 발행하는 월간 <민족의 진로>, 구속노동자후원회 소식지인 월간 <구속노동자>는 아예 압수되거나 교부가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가위질'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무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민주노총 이석행 전 위원장이 '비정규직법 개악, 공안탄압 중지를 요구하며 17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부산구치소에서 삭제된 채 배달됐다.
이에 인권위는 신문의 기사를 삭제할 경우 교정시설 내 안전과 질서를 구체적·직접적으로 교란할 가능성이 있는 기사로만 한정할 것과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을 부산구치소에 권고했다.
그러나 부산구치소는 "공안사범이 사동별로 분산 수용돼 있어 동조 단식을 할 경우 구치소의 안전과 질서를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높아 공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권고 수용을 거부했다.
즉 '알 권리'보다 '교정 시설 내 질서 유지'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교도소 측의 실수나 인권침해 비판 기사까지 자의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
구속노동자회 등 인권단체는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비로 구독하고 있는 신문·잡지를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검열하고 기사까지 절취한 것은 재소자의 기본적인 알권리(정보접근권)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언론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야만적인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권 들어 교정 시설 내에서의 인권 침해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재소자들을 대신해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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